편집자주
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출판 기자가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광주 광산구 임곡동 제2투표소(윤상원기념관)에 전시된 '소년이 온다' 책 표지 앞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광주=뉴스1 |
대통령의 여름휴가 독서 목록 공개는 김영삼 전 대통령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청와대가 1996년 '21세기 예측' '미래의 결단' '동아시아의 전통과 변용' 등 5권을 추천한 게 시작이었죠.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래와의 대화' '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넛지' '정의란 무엇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문재인 전 대통령은 '명견만리' '소년이 온다' 등을 여름휴가 때 읽은 책으로 추천했습니다. 책은 대통령의 언급 이후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전통의 명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때 끊겼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단 한 번도 책을 추천하지 않았는데요, 독서 목록 공개가 보여 주기 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의 여름휴가 독서 목록 공개는 미국이 원조인데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애독서 10권이 1961년 한 잡지에 실린 게 시초였습니다. 이후 독서 목록 공개는 만국 공통 대통령의 관심사와 국정 방향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돼 왔습니다.
경남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수많은 장학생을 길러낸 독지가 김장하 선생의 삶을 담은 책 '줬으면 그만이지'. |
한국출판인회의가 얼마 전 '다시, 책 읽는 대통령을 바란다'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113개 회원 출판사를 대상으로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리스트를 뽑은 겁니다. 이광호 회장(문학과지성사 대표)은 "책은 사유의 기록이자 대화의 문이고,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는 광장"이라며 "국정의 무게를 감당할 국가 지도자일수록, 책을 통해 깊이 성찰하고 넓게 듣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캠페인 이유를 밝혔습니다. 입맛에 맞는 것만 보고 듣게 되는 알고리즘의 편향성에 갇히기 쉬운 시대, 독서는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는 최고의 방편이지요.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책은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전 편집국장의 '줬으면 그만이지'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입니다. 강지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스티븐 레비츠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등 대통령이 아니라도 읽어볼 양서가 빼곡합니다. 목록은 한국출판인회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곧 휴가철입니다. 올해는 대통령의 여름휴가 독서 목록을 볼 수 있을지, 그렇다면 어떤 책이 이름을 올릴지 궁금합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선정한 차기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목록은 한국출판인회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