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이재명 대통령 취임과 함께 지난 6개월간 사실상 올스톱 상태였던 ‘정상 외교’도 재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미(對美) 상호 관세 협상, 주한 미군 역할 조정 등 국가 통상과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줄 과제가 산적해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본지는 노무현 정부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박근혜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홍용표 한양대 교수를 만나 새 정부의 대미 과제, 대북 안보 정책 방안 등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경제와 안보가 분리되는 ‘정경 분리’ 시대가 더 이상 아닌 만큼, 과거의 문법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실용적으로 대응해 가야 한다는 고언이 나왔다.
윤영관 前 盧 정부 외교통상 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6일 미·중 패권 경쟁 격화 속에서 이재명 정부가 가야 할 한국 외교의 방향에 대해 “나날이 증대되는 북한의 군사 위협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1차적 우선순위에 놓는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이사장은 “이러한 전제하에 경제 파트너 국가인 중국과의 관계도 우호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다만 반도체 등 정치·안보적으로 민감한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과 함께 지난 6개월간 사실상 올스톱 상태였던 ‘정상 외교’도 재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미(對美) 상호 관세 협상, 주한 미군 역할 조정 등 국가 통상과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줄 과제가 산적해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본지는 노무현 정부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박근혜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홍용표 한양대 교수를 만나 새 정부의 대미 과제, 대북 안보 정책 방안 등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경제와 안보가 분리되는 ‘정경 분리’ 시대가 더 이상 아닌 만큼, 과거의 문법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실용적으로 대응해 가야 한다는 고언이 나왔다.
윤영관 前 盧 정부 외교통상 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6일 미·중 패권 경쟁 격화 속에서 이재명 정부가 가야 할 한국 외교의 방향에 대해 “나날이 증대되는 북한의 군사 위협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1차적 우선순위에 놓는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이사장은 “이러한 전제하에 경제 파트너 국가인 중국과의 관계도 우호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다만 반도체 등 정치·안보적으로 민감한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
-백악관이 이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에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관세 문제 등이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 사이의 틈새를 벌릴 시도를 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경고하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은 트럼프 2기 출범 수개월 전부터 미국과 유럽·호주·일본·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 간에 벌어질 틈새를 활용하여 그들을 중국의 영향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소 외교(smile diplomacy)를 펼쳐오고 있다.”
-얼마 전 미 국방장관은 우방국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접근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미·중 관계가 상호 포용 관계였던 1970년대 초·중반부터 트럼프 행정부 1기 초반인 2017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경제와 안보는 분리되었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 경제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력 상승과 함께 도광양회(힘을 숨기고 때를 기다린다) 기조를 버리고 미국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트럼프는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 중국을 적대적으로 규정하며 대중 포용 정책을 버렸다. 더 이상 경제와 안보가 분리되는 ‘정경 분리’ 시대가 아니다. 다만 한·중 간 정치·안보적으로 민감한 영역 이외 분야에서는 자유로운 경협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첫 통화를 했다.
“첫 통화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준 첫인상이 향후 우리의 협상력을 좌우할 것이다. 트럼프는 다른 나라 지도자와 관계가 좋으면 그 나라와의 외교 관계가 좋은 걸로 해석하는 인물이고 개인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퍼스널 외교’에 강한 스타일이다.”
-새 정부가 맞닥뜨린 외교·안보의 최대 난제는.
“트럼프와 관료 집단을 각각 따로 상대하는 이중 외교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관료들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교·국방 관료들과만 소통해선 안 되고 트럼프 개인을 상대로 한 정상 외교와 관료 집단을 타깃으로 한 외교를 병행해야 한다. 종전의 대미 외교보다 매우 어려울 것이다.”
-당장 굵직한 다자 외교 행사가 예정돼 있다.
“15~17일 캐나다에서 G7 정상회의, 24~25일 네덜란드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 대통령은 두 국제회의를 통해 트럼프에게 한국이 확실하게 믿고 함께 갈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게 초반부터 틀어지면 우리가 앞둔 중요한 협상들이 잘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대통령은 아직 참석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한국은 국제사회나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이제 완전한 선진국으로 간주되고 있다. 정식 멤버가 아닌 G7이나 나토 정상회의에 초대받고 있는 것도 그러한 한국의 위상을 반영한다. 선진국으로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위상에 맞는 역할을 추구하고 발언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 만큼, 새 정부도 그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참석할 것으로 기대한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외교·안보·경제 및 산업 분야를 아우르는 고위급 대미 협상 전략팀을 시급히 구성할 필요가 있다. 기존 우리의 국가안보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시스템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관세, 방위비 인상, 주한미군 감축 및 주한미군 역할 조정 문제에 대한 더 확실한 압박이 들어올 것에 대비하기 위한 고위급 전략팀을 새로 꾸려서 치밀한 협상안을 만들고 준비해야 한다.”
홍용표 前 朴 정부 통일 장관
박근혜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홍용표 한양대 교수는 6일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화를 하자고 매달리면 오히려 외면당하고 협상력도 잃는다”면서 “원칙과 기준을 갖고 국민 여론도 고려하며 대북 정책을 밀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안보를 말하면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는 식으로 평화와 안보를 갈라치기해선 안 된다”면서 “둘은 동전의 양면이기에 같이 보고 가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통일부 장관 시절인 2015년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 지뢰 도발 당시 한국군 확성기 방송 재개를 계기로 북한과 협상을 했었다.
그래픽=양진경 |
-남북 관계가 수년째 경색 국면인데.
“2019년 하노이 미·북 북핵 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한이 강경 기조로 돌아섰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한미 연합 훈련 축소 등 안보적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각종 유화책을 폈지만 북한은 대화의 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내걸었는데 ‘힘’에 치우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북 소통과 대화·협력을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은 현재 대화할 생각이 없다. 우리가 성급히 달려들어선 안 된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국제사회와 같이 대화할 만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남북 대화에서도 시간(Time)·장소(Place)·경우(Occasion)가 중요하다.”
-북한은 러시아와 밀월 중인데.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러시아에서 얻은 것도 있지만, 유럽에서 얼마 안 되던 외교적 입지가 거의 상실됐다. 북한과 어떻게든 잘 지내려던 동유럽 국가들의 시선마저 싸늘해졌다. 우리가 이런 상황을 지렛대 삼아 유럽과 힘을 합쳐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고 나와야 한다.”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도 계속 제기되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잊을 만하면 “나는 김정은과 만나겠다” “관계가 좋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등 굵직한 현안을 마무리하면, 김정은을 한 번쯤은 만나려 할 것이다. 그때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을 감축하겠다며 김정은이 솔깃해할 만한 카드를 들고나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부르는데.
“만약 미·북 회담이 열리면 명목상으론 비핵화 협상을 한다면서 실제로는 군축 협상처럼 진행될 수 있다. 우리는 예측 불허한 두 지도자(트럼프·김정은)의 협상이 우리 안보를 저해하는 쪽으로 흐르지 않도록 미측과 긴밀히 소통하며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있어야 한다. 한미 동맹이 공고해야 하는 이유다.”
-북한은 한국 정권 출범 초기에 도발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DMZ에서 목함 지뢰 사건이 터졌다. 조사 결과, 명백히 북한 소행이었다. 그런데 북한은 이를 전면 부인하며 오히려 큰소리쳤고, 포격 도발까지 하며 강경하게 나왔다. 우린 뒤로 물러서지 않고 자주포로 반격하고 대북 확성기를 틀며 원칙 대응했다. 그러자 북한이 먼저 통지문을 보내 대화하자며 꼬리를 내렸다. 그때 우리가 미온적으로 대응했으면 북한은 유감 표명도 안 하고 조작극이라고 우기며 남남 분열을 일으켰을 것이다.”
-당시 대북 협상에 직접 나섰는데.
“북한이 한국 여론에 민감하다는 걸 느꼈다. 북한은 한국 언론 보도를 우리보다 더 열심히 읽는다. 목함 지뢰 사건 때 한 말년 병장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역을 미루겠다고 해서 군의 사기가 차오르고 국민 여론도 ‘북한이 너무했다’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는 기류가 팽배했다. 우리는 그 힘으로 협상했고, 북한도 그걸 다 알고 결국 잘못도 시인하며 합의문에 ‘유감’ 문구를 넣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조언한다면.
“현행 북한인권법을 이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 법으로 보장되는 북한인권 대사를 임기 내내 공석으로 둬 나라 안팎으로 비난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북한인권재단도 출범할 수 있도록 현 여권이 대승적으로 재단 이사 추천과 승인을 추진해줬으면 한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인 만큼, 북한 인권 정책이 남북 협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대북 협상을 한다면 국가정보원이 아닌 통일부가 협상을 주도하도록 해주길 바란다. 대북 대화 주무 부처는 통일부다.”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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