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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없는 대학에 극장 세운 ‘한국의 버나드 쇼’를 위하여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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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월 극작가 이근삼 단막극전
1969년 서강대 스카우트 제의에 “극장 지어주면” 요청, 메리홀 탄생
‘유실물’ ‘원고지’ 등 대표작 공연
'한국의 버나드 쇼'로 불렸던 극작가 고(故) 이근삼(1929~2003) 선생의 생전 모습. /극작가 이근삼 자료실

'한국의 버나드 쇼'로 불렸던 극작가 고(故) 이근삼(1929~2003) 선생의 생전 모습. /극작가 이근삼 자료실


서강대엔 연극이나 예술 관련 학과가 없다. 그런데 1970년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훌륭한 시설을 갖춘 메리홀 극장이 세워졌다. ‘한국의 버나드 쇼’로 불렸던 극작가 이근삼(1929~2003)의 역할이 컸다.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극학과 대학원에서 연극이론과 희곡창작을 공부하고 중앙대 연극학과 교수로 있던 1969년, 이근삼은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그는 조건을 하나 제시했다. “극장을 하나 지어준다면.” 서강대는 진짜로 극장을 지었다. ‘메리홀’이다.

서강대 메리홀. /네이버

서강대 메리홀. /네이버


메리홀 극장은 수많은 연극인을 낳았다. 연출가로는 김철리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비롯해 윤광진, 박상현, 최용훈, 황재헌, 정승현, 정지수, 민새롬 등이, 배우로는 정한용, 조희봉, 이화룡, 박윤석 등이 서강대 출신이다. 역시 서강대 출신인 차범석희곡상 수상자 동이향 작가는 “내게 메리홀은 연극 무대의 원형 같은 거였다”고 한 적이 있다.

메리홀 탄생을 이끈 극작가 이근삼의 목소리가 그의 대표작들을 통해 다시 메리홀에 울린다. 6월 25~28일 1부와, 7월 16~19일 2부로 나눠 메리홀 소극장에서 열리는 ‘이근삼 단막극전’이다.

/창작집단 '팀(TEAM) 돌'

/창작집단 '팀(TEAM) 돌'


1부는 창작 집단 팀(TEAM) 돌 정승현 대표가 연출을 맡는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을 대신해 죽어줄 충성스러운 이를 찾아 나선 대왕을 통해 권력의 민낯을 드러내는 ‘대왕은 죽기를 거부했다’,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유실물 관리실을 찾은 노파와의 만남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유실물’을 공연한다.

2부는 극단 작은신화 최용훈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철쇄에 묶인 채 살아가는 가장을 통해 물질만능주의에 물든 가족의 현실을 비판하는 ‘원고지’, 고요한 낚시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남자의 갈등을 통해 세대 간 소통의 단절과 충돌을 드러내는 ‘낚시터 전쟁’을 무대에 올린다.


최용훈 연출가는 특히 이근삼 작가의 아들인 고(故) 이유철과 서강연극회 친구 사이로, 1986년 함께 극단 작은신화를 창단했다. 이근삼 작가의 딸인 이유정 무대미술가도 이번 단막극전 무대 미술을 맡는다. 공연 기간 동안 메리홀 극장엔 이근삼 극작가의 희곡과 저서를 읽을 수 있는 ‘작가의 방’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근삼은 1960년 단막극 ‘원고지’를 시작으로 60여 편의 희곡을 썼다. 무거운 연극 일색이던 1960년대, 비수 같은 풍자와 통렬한 해학으로 ‘웃음’을 복권시킨 작가다. 그의 연극은 웃음 속에 소시민들의 애환을 저며 넣어 웃기면서도 슬펐다. 우리 연극에 우화적이고 표현주의적 스타일을 도입하고 녹여낸 주역이기도 하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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