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인 음악평론가·풍월당 이사 |
모차르트는 결례를 행한 값으로 작은 노래를 한 곡 선물한다. 약혼자 막스는 그사이 써 두었던 축시를 재치 있게 고쳐서 약혼녀에게 낭독해준다. 아폴론(태양신이자 치유의 신)이 소생케 한 이 나무의 열매 하나를 마지막 순간 음악의 신(모차르트)이 가로채 아모르(사랑의 신)에게 나눠주었다는 것이다. 시는 이처럼 현실의 결손을 넉넉히 보상해준다. 음악·낭독·춤·술과 건배…. 18세기 말 살롱 모임의 작은 풍경이 재현된다. 모차르트는 이 따뜻한 회합에 적잖이 위로를 얻었는지 저녁때 아직 초연도 하기 전인 따끈따끈한 신작 ‘돈 조반니’를 좌중에 선사한다.
이 유일무이한 순간은(물론 허구다) 신부를 위한 진정한 선물이 되었을 테다. 그녀는 천상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신비로운 두려움을 느끼고, 천재에게 사심 없는 경탄을 바친다. 바로 이런 것이 곧 시인의 상상력이다. 시인 뫼리케는 이렇게 우리가 영영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하루를 망각에서 되찾아온다. 천재성 너머에서 인간성을 들춰낸다. 경이로운 하루, 경탄하는 하루, 화해의 하루와 그 행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 하루가 허구인들 어떠랴.
나성인 음악평론가·풍월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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