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성동 ‘뒷북 사퇴’… 여전히 당권 다툼으로 갈피 못 잡는 野

대선 패배 이틀 만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5일 의원총회에서 “(대선 패배는) 계엄과 탄핵에 대한 심판이자, 윤석열 정부 3년에 대한 총체적 심판”이라며 “보수의 재건을 위해 백지에서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위의장과 비대위원 3명도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지도부에서 유일하게 남은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조만간 거취를 결정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윤핵관’으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심야 후보 교체 파동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권 원내대표의 2선 후퇴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뼈를 깎는 쇄신의 길로 들어설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고강도 혁신을 누가 주도할지, 친윤 정치를 어디까지 반성하고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를 놓고 갈피를 못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저변엔 당권 투쟁이 도사리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 측 의원들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친윤 주류로 돌리며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해 왔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히며 “선거 때 뒷짐 지고, 분열 행보에 나서고, 권력 투쟁을 위해 민주당 논리를 칼처럼 휘둘렀다”며 친한계를 겨냥했다. 그런가 하면 김문수 전 대선 후보는 “당이 계엄을 한 대통령을 뽑았고, 대통령 뜻이 일방적으로 관철된 것에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 등 뒤늦게 윤 전 대통령과 친윤 주류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당내 각 세력들이 서로 ‘네 탓 다툼’을 벌이며 당권 경쟁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과 이번 대선에서 연달아 참패하고 3년 만에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이 당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를 모색하기는커녕 당권 싸움에 빠져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이번 대선을 거치며 국민의힘은 이른바 ‘TK 자민련’으로 전락한 거나 다름없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런데도 계파 갈등을 보면 위기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계엄과 탄핵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아스팔트 극우 세력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윤석열 정권을 실패로 이끈 친윤 패거리 문화를 청산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이야말로 더 개혁적이고, 더 상식에 기반한 리더십을 세워 국민 신뢰를 조금이라도 되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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