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와 사무실 동료들은 점심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시작은 6개월 전, 함께 일하는 친구가 도시락을 싸온 날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간단한 도시락이었는데, 오히려 그 단순함에 놀랐다. 이전에도 가끔 도시락을 돌아가며 싸온 적은 있었지만, 하나같이 손이 많이 가고 화려한 도시락이었다. 도시락을 ‘특식’처럼 생각했기에 무리해서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는 도시락을 매일 싸 다닐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의 소박한 도시락을 보고 작은 힌트를 얻었다.
방식을 바꿔보기로 했다. 각자 반찬 하나씩만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아침마다 한 가지 반찬만 챙기면 되니 부담이 적고, 그렇게 모인 반찬만으로도 충분한 한 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다음 날 바로 실천에 옮겼다. 나는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알배추를 두드려 전을 부쳐갔고, 친구는 양배추를 전자레인지에 간단히 찌고, 전날 해 둔 강된장을 가져왔다. 그만해도 훌륭한 식사였다. 그렇게 도시락을 먹고 일을 시작하니, 속이 놀랍도록 편했다.
그전까지는 거의 3년 동안 점심마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사무실 주변엔 김밥 집 하나 없을 정도로 식당이 드물고, 그나마 있는 곳도 걸어서 20분은 나가야 했다. 결국 선택지는 배달뿐이었고, 매일 11시 30분이면 메뉴 고르기부터 스트레스가 시작됐다. 배달 음식은 늘 만족스럽지 못했고, 속도 자주 불편했다. 시간이 지나며 제육볶음, 돈가스, 비빔밥만 번갈아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한된 영양소도, 환경호르몬을 내뿜는 플라스틱 용기도, 만성 소화불량도 생각만 하면 한숨이 푹푹 나왔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방식을 바꿔보기로 했다. 각자 반찬 하나씩만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아침마다 한 가지 반찬만 챙기면 되니 부담이 적고, 그렇게 모인 반찬만으로도 충분한 한 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다음 날 바로 실천에 옮겼다. 나는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알배추를 두드려 전을 부쳐갔고, 친구는 양배추를 전자레인지에 간단히 찌고, 전날 해 둔 강된장을 가져왔다. 그만해도 훌륭한 식사였다. 그렇게 도시락을 먹고 일을 시작하니, 속이 놀랍도록 편했다.
그전까지는 거의 3년 동안 점심마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사무실 주변엔 김밥 집 하나 없을 정도로 식당이 드물고, 그나마 있는 곳도 걸어서 20분은 나가야 했다. 결국 선택지는 배달뿐이었고, 매일 11시 30분이면 메뉴 고르기부터 스트레스가 시작됐다. 배달 음식은 늘 만족스럽지 못했고, 속도 자주 불편했다. 시간이 지나며 제육볶음, 돈가스, 비빔밥만 번갈아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한된 영양소도, 환경호르몬을 내뿜는 플라스틱 용기도, 만성 소화불량도 생각만 하면 한숨이 푹푹 나왔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시락을 싸기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속이 확연히 편해졌다. 예전엔 이런 변화를 잘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는 점심에 먹은 음식이 오후의 컨디션과 업무 집중력까지 좌우할 만큼 우리는 민감하게 변해 있었다.
도시락의 또 다른 장점은 제철 식재료에 대한 감각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가장 예민하게 계절을 느끼던 때는, 이번 사무실로 이사 오기 전, 가정집을 개조한 이전 사무실에서였다. 그곳엔 작은 주방이 있어 점심마다 직접 요리해 먹었다. 고향에서 철마다 올라오는 채소와 김치, 출근길에 시장에서 사 온 과일을 나눠 먹었다. 시장이 가까워 저렴한 식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고, 아버지 밭에서 도착한 상자엔 때마다 다른 채소가 담겨 있었다. 상자를 열 때마다 계절이 느껴졌다.
그땐 그게 당연한 줄 알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 시절은 ‘제철 코어’ 그 자체였다. ‘제철 코어’는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로,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나 장소, 콘텐츠를 즐기는 문화다. 점점 흐릿해지는 사계절에 대한 향수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지금은 아버지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 예전만큼 풍성하진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고향에서 온 식재료를 나누며 계절을 기억하려 애쓴다. 몸에 해로운 것을 피하고, 제철 음식으로 채워 넣는 식사가 영양제 몇 알보다 더 낫다고 굳건히 믿으며.
도시락 덕분에 식비도 눈에 띄게 줄었다. 많은 이들이 1인 가구는 배달시켜 먹는 편이 더 저렴하다고 생각하지만, 주방과 조금만 친해지면 그 말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다. 한 가지 채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하고, 최소한의 조미료만 갖춰도 식비는 기존의 서너 배 이상 절약할 수 있다.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라도 도시락 점심을 권하고 싶다. 물론 어떤 날은 귀찮을 수 있다. 그럴 땐 과감하게 배달시켜버리자. 가끔 먹는 배달 음식의 기쁨도, 도시락만큼이나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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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따님이 기가 세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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