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지휘통제실서 보고받던 李대통령 “방첩사는 왜 없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김명수(오른쪽)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의 군사 대비 태세 보고를 받고 있다. /국방부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오전 6시 21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 확정 의결과 동시에 제21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8시 7분쯤 인천 계양구 자택에서 김명수 합참의장에게 군(軍) 통수권 이양을 보고받았다. 그는 북한 동향과 우리 군 대비 태세를 보고받은 뒤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근간으로 북한의 동향을 잘 파악하고 빈틈없는 대비 태세를 유지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특히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군의 대응을 치하하는 메시지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 때 군 장병이 국민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부당 명령에 소극 대응해서 큰 혼란에 빠지지 않았던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며 “장병들이 불안하지 않고 국방에 잘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줄 것과 안보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9시 30분쯤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주민과 지지자들의 환송을 받으며 인천 계양구 자택을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가져온 자신의 자서전에 사인을 해주는가 하면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사진 촬영을 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의전 차량을 처음으로 타고 10시쯤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했다. 그는 현충탑에 참배한 뒤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과 함께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남겼다. 이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 온 ‘국민 주권 시대’ 포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이어 취임 선서를 위해 국회로 향했다. 과거 취임 준비 기간을 가졌던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당선 즉시 취임했기 때문에 취임식도 약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선서 행사를 마친 뒤 국회 본청 로텐더홀을 퇴장하면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등과 인사했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도 웃으며 잠시 동안 악수하며 대화를 나눴다. 이어 국회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와 방호 직원을 만나 격려했다. 이 대표가 단식할 때 도움을 줬던 청소 노동자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군 침탈을 막아낸 방호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이후 이 대통령은 우원식 국회의장, 야당 대표들과 국회 사랑재에서 오찬을 했다. 식사 메뉴는 통합의 의미를 담은 비빔밥이었다. 이 대통령은 김용태 위원장과 천하람 원내대표를 향해 “제가 잘 모시겠다. 자주 뵙길 바란다”며 “자주 연락 드릴 테니 자주 시간 내주시고, 의제와 관계없이 자주 대화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용태 위원장은 당선 축하 인사를 한 뒤 민주당이 국회 통과를 예고한 법안에 대한 쓴소리도 내놨다. 그는 “국민 통합이라는 건 진영 간의 깊은 골을 메우기 위해 서로 우려하는 바를 권력자가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 2시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으로서 첫 기자회견을 하면서 국무총리 후보자 등 주요 인선을 발표했다. 그는 브리핑 시작과 함께 “지금 용산 사무실로 왔는데 꼭 무덤 같다”며 “아무도 없다. 필기도구 제공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 황당무계하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대통령실의 현 상태에 대해 “마치 소개 작전 전쟁 지역 같아서 아무것도 없고 완전히 새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재 시스템이 없다. 손으로 써서 지장을 찍어야 하나, 인주도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대통령 기록관 관련 규정에 의거해 모든 관련 자료를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 등이 없는 것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관할 자료는 모두 이관했고, 업무 마무리 차원에서 관련 기관에 컴퓨터를 반납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전 정부에서 대통령실에 파견됐다 원부처로 복귀한 공무원 전원에 대한 복귀 명령을 내렸고, 대부분 5일까지 복귀할 예정이라고 강유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오후 2시 30분쯤 대통령실 옆 국방부·합참 청사로 이동해 지휘통제실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작전 대비 태세 보고와 함께 화상으로 연결된 지휘관들을 한 명씩 소개받았다. 소개 끝 무렵 방첩사가 나오지 않자 “방첩사는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군 관계자는 “방첩사는 작전 부대가 아닌 국직 부대(국방부 직할부대)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 때도 참석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계엄 사태에 연루된 방첩사에 대한 개혁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천 계양구 자택이 아닌 대통령실에서 마련한 안가로 퇴근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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