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15일 광복 60주년 경축식이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이진현 | 한국외대 초빙연구원
80년 전 우리 민족은 ‘강도 일본’의 무도한 억압과 폭정을 이겨내고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을 끊고 빛을 되찾았다. 그날 삼천리 방방곡곡에 태극기가 휘날렸고, 우리는 두 팔을 번쩍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온 겨레가 조국 독립으로 감격하여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광복 1주년을 맞이한 1946년 8월15일, 서울의 거리는 환희로 들끓었다. 서울역에서 종로와 광화문까지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시가행진을 벌였다. 김구 선생은 경복궁 뜰 앞 중앙청 연단에 올라 “오늘은 우리 전 민족이 세계 무대로 발을 들여 넣는” 날이라고 선언하고, 만세 삼창을 선창했다. 이에 호응하여 수만명이 대한독립만세를 우렁차게 외쳤다.
그 뒤 광복절에는 서울운동장 등 야외에서 기념식을 성대하게 열고, 시가행진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광복절 기념식이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등 실내에서 진행되고, 국민과 함께 광복절을 축하하는 열린 마당 잔치는 슬그머니 사라져 갔다.
우리는 세계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인도는 200여년간 영국 식민 지배로부터 벗어난 날을 인도 독립 투쟁의 현장인 델리의 ‘레드 포트’에서 수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엄숙하게 경축하고 있다. 베트남은 80여년에 걸친 프랑스의 식민 통치와 5년간 일본 압제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는 행사를 하노이 ‘바딘 광장’에서 열고 있다. 2015년에 열린 독립 70주년 기념식은 3만여명이 참가한 군사퍼레이드와 시민 행진으로 이어졌다. 인도와 베트남은 열린 공간에서 조국 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용기와 헌신을 기리고, 독립 투쟁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후세에 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식민지 근대화론을 앞세우며 일본의 침략을 미화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그들은 일본의 회유 정책에 동조하여 친일의 역사를 은폐하고, 심지어는 독립기념관장 자리까지 차지하였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건국절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독립운동 정신을 폄훼하려 한다.
세계의 민주공화국들은 대부분 독립일과 헌법 제정일을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실존적 토대를 이루는 두 기둥은 조국 독립과 헌법 제정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광복절과 제헌절을 3·1절, 개천절, 한글날과 함께 5대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광복 79주년 행사는 정부와 민간이 따로따로 진행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경축식에서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말하고, 작은 태극기를 흔들었다. 한편, 독립운동단체들은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기념식을 열었고, 이 자리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은 “진실을 왜곡하는 친일사관이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예전에는 정부와 민간이 다 같이 광복절을 기념했지만, 지난해에는 오히려 국민의 단결과 통합을 깨뜨리는 행사가 되고 말았다.
과거 광복절은 단순한 기념식을 넘어 광복의 감격과 기쁨을 온 겨레가 함께하는 잔치였다. 특히 2005년 광복 60주년이 되는 해에는 ‘국민화합의 축제’가 광화문 앞 광장에서 열렸다. 이듬해 광복 61주년에는 광복절 기념식이 다시 실내 행사로 축소되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려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이제 우리는 다시금 광화문 앞 열린 광장에서 광복을 경축하는 행사를 엄숙하고 장엄하게 거행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과 대립이 극심하다. 이를 극복하고, 국민의 화합을 이루는 축제로 광복절을 되살려야 한다.
새 정부가 광복절 경축식을 열린 마당에서 거행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정성과 힘을 모으자. 이제부터 우리는 광복대행진을 다시 해나가야 한다. 서대문형무소로부터 광화문광장까지 거리 행진을 할 때, 광복군 대원의 서명이 담긴 태극기를 앞세우고,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홍범도 장군의 초상화를 높이 들자. 만해 한용운 선생의 공약삼장,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쾌히 발표하라”를 새기자. 그리고 독립군들이 불렀던 노래, “원수들이 강하다고 겁을 낼 건가. 우리들이 약하다고 낙심할 건가”를 힘차게 부르자.
광복대행진은 서대문형무소, 효창공원에서 각기 출발하여 광화문광장에 이르는 길을 따라 나아갈 것이다. 하나로 모이는 광화문광장의 열린 마당에서 우리는 대한독립만세를 크게 외치고, 한마음 한뜻으로 대한민국의 꿈을 이루어나가자고 다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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