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엄숙한 현장에서 의사당과 대법원장, 성경 같은 취임식 상징 장치들이 가리키는 지점은 오로지 하나, '헌법'이다. 나라의 헌법에는 국가 통치 시스템은 물론 국민의 자유와 권리, 그것을 수호해 내야 하는 리더십의 역할이 두루 담겨있다. 대통령의 선서는 아무리 선출된 권력이라도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없으며 '법의 지배(rule of law)'와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要諦)라는 점을 웅변한다고 할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취임 날, 미 대통령 취임식 선서를 떠올린 것은 아쉬움과 바람 때문이다. 나는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대통령들의 취임식에 담긴 상징과 함의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겪어온 길에 비해 조금은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특히 '사법'과 관련한 상징이 그렇다. 그래서 대통령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로 시작하는 취임 선서(헌법 69조)만이라도 헌법에 손을 얹고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 적도 있다. 그렇지 못해 아쉽다.
그런 한편으로 이번에는 반드시 대통령 선서에 나오는 '헌법 준수' '국가 보위' '국민 자유 증진' 같은 다짐과 맹세를 지켜내는 대통령을 보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화려한 수사(修辭), 상징, 겉모습이 무엇이 중(重)하랴. 이재명 대통령에게 국민이 갖는 기대와 바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하나 더 보탠다면 만기친람하지 말고 좋은 참모, 특히 '쓴소리하는 사람'을 곁에 두어달라는 것이다. 옛 로마의 개선장군 퍼레이드에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당신도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는 뜻인데, 백마가 끄는 전차에 올라타 한껏 고양된 전승(戰勝) 장군의 코앞에서 '자만하지 말라'며 경고한 것이다.
어디 그 뜻뿐이었겠나. 장군의 지금을 만든 동료들 희생을 기억하라는 것이고, 그 자리에서 져야 할 책임을 잊지 말라는 의미도 담겼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직언하는 사람보다 아첨꾼들에 둘러싸여 있을지도 모를 이 대통령이 자신을 뽑아 준 국민과 한 약속을 잊지 말고, 듣기 좋은 말보다 귀에 거슬리는 비판을 새겨 '메멘토 모리'하기를 바란다. 사실 메멘토 모리가 아니더라도, 이 대통령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사례는 너무도 많지 않은가.
권력을 잡는다는 것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라는 오랜 정치 격언이 있다. 새삼 열거하지 않더라도 이 대통령이 마주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백척간두에 서 있다. 머리 위 말총 한 올에 매달린 예리한 검(劍)을 보고 놀라 도망친 다모클레스가 아니라, 그 검의 압박과 권력의 무게를 견뎌 낸 디오니시오스처럼 얽힌 난제들을 풀어가 주시기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바란다.
이명진 사회부장 mjlee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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