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절레절레’…김문수 2위 출구조사에 국힘 우르르 퇴장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탄식조차 없었다.

3일 오후 8시, 지상파 방송 3사의 대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선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참담한 표정으로 티브이(TV)에 나오는 출구조사 결과를 바라보는 의원들 표정과 행동을 담으려는 기자들의 노트북 타이핑 소리만이 강당을 울릴 뿐이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출구조사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오차범위를 벗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크게 뒤쳐졌다는 결과가 침통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날 개표 상황실에는 국민의힘 의원 107명 가운데 30여명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당에 마련된 좌석 첫 줄에는 김문수 후보와 당내 경선에서 맞붙었던 양항자 전 의원과 안철수·나경원 의원 등이 나란히 앉아 출구조사가 나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안 의원은 방송 화면에 ‘이재명 후보 51.7%, 김문수 후보 39.3%, 이준석 후보 7.7%’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얼굴이 벌개진 채 앞만 바라봤다. 광주에서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나경원 의원은 짧게 탄식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어진 지역별 발표에서도 계속해서 이재명 후보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세를 고치며 팔짱을 끼기도 했다. 경북에서 김 후보가 크게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자, 김기현 의원은 그제서야 두 손을 모은 채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정현(앞줄 왼쪽부터) 공동선대위원장,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 의원 등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제21대 대통련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 본 뒤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상현 의원은 침통한 표정으로 티브이만 바라보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10분 만에 의원들과 악수하고 상황실을 떠났다. 곧이어 권 원내대표와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연이어 자리를 떴다. 그러자 남아있던 의원들도 우르르 일어나 상황실을 떠났다.

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제이티비시(JTBC) 인터뷰에서 “막판에 굉장히 올라오는 추세를 느꼈고, 골든 크로스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기도 했었지만 다소 많은 격차가 난 것이 좀 아쉽기는 하다”며 “결국 민주당이 씌워놓은 내란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고 평했다. 나 위원장은 이어 “저희의 참 좋은 후보를 알리는 데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민주당이 입법 권력을 통해서 얼마나 의회를 좌지우지했는지, 그 이후에 사법까지 장악하려는 시도와 입법·사법에 이어 행정까지 장악했을 때의 여러가지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해 국민들께 알릴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도 아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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