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한전케이피에스 종합정비동 앞에 지난 2일 작업중 숨진 하청노동자 김충현씨를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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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김충현(50)씨 사망 사고는 같은 곳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의 이름을 딴 ‘김용균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용균법은 원청(도급인)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김충현씨의 원청 한전케이피에스(KPS)와 하청업체 사이의 계약을 보면, 원청업체는 ‘쪼개기 계약’을 한 하청업체에 안전보건 책임을 떠넘겨왔던 것으로 보인다.
3일 한전케이피에스의 하도급 공사 입찰공고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한국서부발전의 발전설비 정비 업무를 도급받은 한전케이피에스는 ‘터빈설비’와 ‘전기’ 분야 경상 정비 업무 일부를 하청업체에 도급하고 있다. 김씨가 일한 한국파워오엔엠은 터빈설비 하도급을 받았다. 경상 정비는 일상적이고 주기적인 정비를 뜻하지만, 한전케이피에스는 매년 입찰로 하도급업체를 선정하면서도 계약기간은 들쭉날쭉 했다. 올해는 2월부터 내년 1월31일까지로 1년이었고, 계약기간이 6개월이나 7개월일 때도 있었다.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케이피에스비정규직지회장은 “계약기간은 한전케이피에스가 결정하기 나름이었고, 2016년 입사한 이후 업체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자주 바뀌었다”고 말했다. 잦은 업체 변경은 산업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몇달 뒤에 이 업체가 원청과 계약을 할지, 고용이 유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청노동자들은 위험을 개선해달라는 요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하청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원청에 지운다. 한전케이피에스도 같은 의무를 진다. 하지만 한전케이피에스의 ‘하도급 공사 설계서’를 보면 현장소장을 포함해 25명이 일하는 한국파워오엔엠에 안전보건 관련 의무를 상당 부분 떠넘긴 정황이 드러난다.
설계서는 “계약 상대자(하청)는 계약에 따른 제반 공사 수행과 관련하여 안전사고 발생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고 하는 등 산업재해에 대한 하청업체의 책임을 강조한다. 동시에 하청업체가 정비·안전 업무와 관련해 원청의 지원이 필요할 때는 공문으로 요청하도록 하고, 유해·위험한 긴급 작업을 할 때는 하청업체가 ‘정비의뢰서’ 발행을 한전케이피에스에 요청하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안전보건 관련 의무가 있는 원청이 스스로 유해·위험 작업인지를 확인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를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하청업체가 위험 여부를 판단해 요청할 때 응하는 구조인 셈이다.
한편, 한전케이피에스는 지난 2일 해당 사고 개요를 다룬 문건에서, 사고에 따른 전기 생산 업무 ‘피해’는 없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태안사업처 사고보고’ 문건에는 “파급 피해·영향 없음: 발전설비와 관련 없는 공작기계에서 사고 발생”이라고 했다.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노동자의 죽음 앞에 애도와 책임 없이 단지 발전기의 가동 여부와 중단 없는 전기 생산에만 골몰하는 반인간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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