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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서 또 노동자 사망…사고현장 찾은 유족들 “왜 현장보존 안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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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씨가 숨진 선반 공작기계. 한겨레21 신다은 기자

지난 2일 오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씨가 숨진 선반 공작기계. 한겨레21 신다은 기자


3일 오후 2시30분 태안화력발전소 앞에 고 김충현(50)씨의 유족이 영정을 들고 섰다. 김씨가 이 발전소 종합정비동에서 끼임사고로 숨진지 꼭 24시간 만이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와 민주노총 관계자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유족들이 김씨 영정을 안고 9호기와 10호기 앞 사고가 난 종합정비동에 들어섰다. 공작 기계들과 가공용 재료들이 정리정돈돼 있었다. 하루전 발생한 사고 흔적은 ‘수사중’, ‘출입금지’ 푯말이 전부였다. 혈흔 등은 보이지 않았다. 김씨의 사물함에는 손때 묻은 책과 일정이 적힌 달력이 놓여 있었다.



사고가 난 선반기계에는 긴급상황시 전원을 차단하는 비상스위치 등이 있었으나 김씨는 혼자 작업하다 변을 당해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유족은 격앙된 목소리로 “현장을 보존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회사 관계자들에게 따졌다.



3일 오후 김충현씨 유족과 권영국 대선 후보 등이 태안화력발전소 종합정비동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송인걸 기자

3일 오후 김충현씨 유족과 권영국 대선 후보 등이 태안화력발전소 종합정비동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송인걸 기자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현장은 공작기계들이 가득했으나 이를 김충현씨 혼자 다뤘다. 소장은 부품 이름도 몰랐으며 작업안전계획서, 작업표준서는 보이지 않았다”며 “작업자들이 아침마다 기록하는 툴박스미팅 기록은 김씨 혼자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결국 이번 사고는 관리부실 사각지대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인재”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2016년 당시 한전케이피에스(KPS)의 하청업체에 취업한 뒤 하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승계를 통해 9년째 일했다.



최아무개 한국파워오앤엠(O&M) 태안사업소장은 한겨레와 만나 “김씨가 오전에 2건을 다 처리하고 오후에 다른 건을 수행하다 변을 당했는지 아니면 2건 가운데 1건을 오후에 처리하다 사고가 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사고 당시 가공하려던 물체는 길이 약 40㎝, 지름 7~8㎝의 막대형 쇠붙이였다. 통상 이런 형태는 수로의 문을 여닫는 손잡이를 가공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한전 케이피에스와 올 2월부터 내년 1월까지 태안화력발전소 1~4호기, 7~10호기의 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계약을 했으며 태안사무소에는 25명이 근무하고 있다. 선반 담당은 김씨가 유일했다.



한전케이피에스 관계자는 “숨진 김충현씨는 선반 기능장으로 꼼꼼한 일처리를 하기로 소문났다. 작업지시서가 없으면 일하지 않을 정도로 원칙을 지키는 분”이라고 전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처장급 간부는 “종합정비동은 9·10호기 건설 당시 지었으며 한전 케이피에스에 건물과 공작기계 등을 모두 임대했다. 이곳에서는 발전소에서 필요한 볼트 같은 부품 등을 만드는데 정교한 부품은 전문업체에 따로 주문해 납품받는다”고 설명했다.



김충현씨 끼임사고를 수사하는 충남경찰청과 태안경찰서는 2일 현장 폐회로텔레비전(CCTV) 녹화영상, 공작물 도안이 그려진 스케치, 김씨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고 한국파워오앤엠과 한국서부발전㈜에서 발전소 정비 업무를 도급받은 한전 케이피에스(KPS) 등 하청과 협력사 관계자를 불러 사고 원인을 밝히는 조사를 했다. 경찰에서 한국파워오앤엠 관계자는 “2일 오전 선반으로 가공하는 작업이 2건 있어 서명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만간 김씨를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는 한편 태안화력의 작업관련 안전 지침, 작업지시서, 작업일지 등을 분석해 한국서부발전(원청), 한전케이피에스(하청), 한국파워오앤엠(하청 협력사)이 안전관리 등 중대재해법을 위반했는지 가릴 방침이다.



앞서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이날 한국서부발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서부발전에서 김용균이 또 죽었다. 2인1조 근무와 발전소 폐쇄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는 아무도 듣지 않았다”며 “장례식장에는 김용균의 동료들이 모였고 바뀐 것은 영장 사진 뿐”이라고 분노했다.



대책위는 △노조·유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원·하청 사과와 유족 배·보상 △동료 노동자 트라우마 치료와 휴업급여 등 생계대책 마련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발전소 전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발전소 폐업 관련 노동자 총고용 보장 등을 요구했다.



한편 김충현 노동자는 지난 2일 오후 2시30분께 태안화력발전소 종합정비동에서 선반 작업을 하다 끼임사고를 당해 숨졌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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