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서울 문래예술공장에서 남녀 춤꾼들이 펼친 몸짓 퍼포먼스를 담은 요한한의 영상 작업 ‘시월상달의 춤’ 한 장면. 노형석 기자 |
푸르딩딩한 기운이 몸으로 온다. 눈과 귀로 흘러 들어온다.
그 기운은 푸른 빛 가득 찬 전시장과 그 바닥에 놓인 동물 껍질을 기운 덩어리 속에서 흘러나온다. 덩어리 옆엔 ‘끝없는 하늘’ ‘모래물결’ ‘깊은 적막’ ‘미끄러지는 몸’ 등의 글자들이 명멸하는 디지털 화면이 놓여있고, 그 너머로 탁탁탁 둥둥둥 무언가를 치는 북소리와 메트로놈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오고 있다. 눈길은 푸른 공간에 떠있는 듯한 한 구석 모니터 화면으로 어느덧 다가간다. 서울 변두리 건물의 지붕 위에서 남녀 춤꾼들이 손잡고 뒤엉켰다가 온몸을 활개치면서 흩어지는 몸풀이 장면들을 담은 동영상이 흘러나온다.
요한한의 아라리오갤러리 전시장 4층 현장. 온통 푸른 빛으로 채워진 공간에 동물 껍질로 만든 덩어리집 모양의 조형물들이 ‘그림자’ ‘지평선’ ‘햇빛’ 등 개념어가 명멸하는 모니터와 붙어있는 얼개로 바닥에 흩어져 있다. 노형석 기자 |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 3층과 4층에 펼쳐진 소장 작가 요한한(42)의 근작 개인전 ‘엮는 자’(7일까지) 현장은 원초적인 울림으로 채워진다. 보는 이의 몸 기운을 은근하게 북돋우면서 율동하고 싶은 욕망을 일으키는 작업들이다. 다양한 문화권의 원시적 제의와 토속신앙에서 발견되는 북 종류의 타악기와 여러 제의 도구들을 모티브로 만든 오브제 작품들이 시선을 붙잡는데, 이 출품작들이 일으키는 물컹하고도 뜨듯한 감각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 또한 일으킨다. 타악기인 북이나 제의 기구를 옛 소재인 가죽이나 식물성 재료의 틀에다 깁고 꿰매어 만들고, 그렇게 만든 도구들로 소리를 내거나 그 소리로 펼칠 퍼포먼스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그리고 그 실제적이고 현대적인 양상을 2년 전 서울 문래예술공장에서 9명의 춤꾼들이 난장으로 펼친 퍼포먼스의 환각적인 몸짓으로 재현시켜 놓았다.
푸른 빛으로 표상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 머리만 쓰는 지금 현대인들이 여전히 작동 중인데도 까먹듯 잊고 있었던 몸의 감각 경험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작품들의 구성과 전시 방식의 새로움이 다가온다. 삶의 디지털적 변모 혹은 변질이 급격하게 진행 중인 한국의 현실과 일상 속으로 작가의 시선이 좀 더 깊이 들어간다면 더욱 강렬한 울림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수작들이다.
요한한은 프랑스 트라프에서 태어난 한국계 작가다. 2019년 파리-세르지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국가조형예술학위를 받은 뒤 한국과 파리의 레지던시를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9차례 개인전을 열면서 작업을 지속해왔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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