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수면제 먹이고 차량 바다 돌진…40대 가장 진술

2일 밤 전남 진도군 진도항 인근 바다에서 일가족이 탄 차량을 해경이 인양하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차량을 바다에 빠뜨려 부인과 두 아들을 숨지게 한 40대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경찰청은 3일 보도자료를 내어 “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한 ㄱ(49)씨가 범행 전 부인과 두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차량을 몰아 바다로 돌진했고 홀로 빠져나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철근 배근 근로자로, 채무 등으로 힘들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ㄱ씨는 1일 새벽 1시12분께 전남 진도군 진도항에서 가족들이 탄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해 부인과 고등학생인 두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목포해양경찰의 협조를 받아 진도항으로부터 30m 떨어진 바다에서 ㄱ씨 차량과 피해자 주검을 인양했다.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1차 검시에서는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4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고 피의자의 행적, 차량 감식,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다.

또 ㄱ씨에게 광주까지 차편을 제공한 지인의 범인도피 혐의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ㄱ씨 범행은 2일 오후 ‘둘째 아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는 교사의 신고로 드러났다. 경찰은 부모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첫째 아들이 모두 연락이 끊긴 점을 수상히 여겨 휴대전화 위치 신호, 폐회로 텔레비전(CCTV) 영상 분석을 통해 ㄱ씨가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한 사실을 확인했다. 차 안에서는 ㄱ씨의 부인과 두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차량 창문은 열려 있었다. ㄱ씨는 차 안에서 홀로 빠져나온 뒤 지인의 도움을 받아 광주로 이동했으며, 전날 밤 9시10분께 경찰에 붙잡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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