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 말리우크 SBU 국장이 우크라이나 모처에서 러시아 공격을 위한 작전지도를 바라보고 있다(왼쪽 사진). 가운데 사진은 1일 러시아 동부 이르쿠츠크주 말타 러시아 공군기지 주변의 한 트럭에 실린 화물칸에서 드론이 이륙하는 장면, 오른쪽 사진은 공격에 사용할 드론이 화물 컨테이너에 가지런히 실려 있는 사진./로이터·AFP 연합뉴스 |
우크라이나군이 1일 드론(무인기)을 활용한 러시아 본토 내 공군 기지 공습에 성공하자 이 작전을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공격 목표에서 멀리 떨어진 자국 영토에서 드론을 날려보내는 대신, 러시아 땅으로 드론을 몰래 들여보낸 뒤 목제 컨테이너로 운반했기 때문이다. 이를 거대한 목마에 병사들을 숨겨 적군의 성 안으로 잠입시킨 신화 속 이야기에 빗댄 것이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이날 “러시아에 미리 침투해 있던 정보국(SBU) 특수 요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제작된 최신 드론을 제3국을 통해 러시아로 밀반입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직접 교역이 중단되자 튀르키예와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서방 물품을 대거 수입하고 있다. 이 경로 중 일부가 생필품 등으로 위장한 드론 부품이나 완제품의 밀수에 쓰였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반입된 드론에는 카메라가 장착돼 작전 상황을 우크라이나군에 실시간 전송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번 공격에 사용된 드론은 우크라이나에서 개발된 신형 장비이며, GPS(위성 항법 장치) 교란을 당해도 비행할 수 있다”는 우크라 정보기관 관계자의 발언도 나왔다.
우크라이나의 기습 드론 공격에 화염에 휩싸인 러시아 전략폭격기들./인폼네이팜(InformNapalm) 텔레그램 |
비밀리에 반입된 드론은 러시아 내 우크라이나군 ‘작전 센터’로 보내졌다. SBU는 이곳에서 공습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허름한 창고처럼 보이는 작전 센터에서 프로펠러 네 개짜리 드론 ‘쿼드콥터’ 수십 대가 팰릿(지게차 등으로 화물을 하역할 때 쓰는 틀)에 가지런히 설치된 장면이 담겼다. 다른 사진에는 모델명이나 제조국 등 정보 유출을 방지하려는 듯 드론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었다.
드론이 설치된 팰릿을 운반할 컨테이너 여러 대가 줄지어 놓인 장면도 있었다. 지붕을 원격 개방할 수 있는 특수 목제 컨테이너다. 팰릿에 설치된 드론을 은닉한 컨테이너는 대형 화물차에 실려 공격 목표인 러시아 공군 기지 근처까지 이동했다. 사실상 이동식 드론 발사대에 해당하지만, 겉으로는 일반 화물처럼 보이기 때문에 러시아 당국에 적발되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1일 키이우에서 드론으로 러시아 공군 전략폭격기를 파괴하는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실 말리우크 우크라이나 보안국 국장과 악수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
작전 개시와 함께 우크라이나군은 원격조종으로 컨테이너를 개방하고 안에 들어 있던 드론을 발진시켰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벨라야 기지를 포함해 무르만스크 올레냐 기지, 모스크바 인근 이바노보주 기지, 랴잔 기지 등이 공격을 받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위성 자료와 유출된 영상을 분석해 “벨라야 기지에서 불과 6㎞ 떨어진 거리에서 드론들이 날아 올랐다”며 “다른 영상을 통해 올레냐 기지 인근에서 드론이 날아가는 장면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들 기지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러시아 폭격기가 주둔하는 곳이다. 이 폭격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공대지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미국의 지원 중단으로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할 지대공 미사일이 부족해지자, 발사 기지를 선제 타격해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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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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