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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을 사랑하는 日 의원 모임

조선일보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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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도쿄에 있는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가족모임'에서 기념 촬영하는 일본 정치인들./도쿄=성호철 특파원

지난달 8일 도쿄에 있는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가족모임'에서 기념 촬영하는 일본 정치인들./도쿄=성호철 특파원


한국의 여야 국회의원 수십 명이 서울에서 ‘나는 일본이 좋아요’라는 저녁 모임을 가질 수 있을까. 한일 관계가 정상화됐다곤 하지만 ‘일본을 사랑한다’는 현수막 아래에선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여야 정치인들이 모이긴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주한 일본 대사관이 주최한 행사라면, 대뜸 ‘친일 정치인’의 레테르가 붙여질까 봐 피하지 않을까.

지난달 8일 저녁, 도쿄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주일 한국대사관 뒷정원에서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가족 모임’이 열린 것이다. 일본 내각의 서열 2위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아내와 함께 참석한 것을 비롯해 아베 도시코 문부과학상과 고노 다로 전 디지털상,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산업상 등 자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연립 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전 대표,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대표, 시오무라 아야카 입헌민주당 의원 등 현직 국회의원 30여 명은 한국 대사관 뒷정원에서 바비큐를 먹고, ‘누가 한국을 많이 아나’라는 퀴즈 게임을 즐겼다.

현장에서 만난 초선의 야당 의원은 “자민당과 오늘처럼만 편하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은 여야로 나뉘지 않고, ‘한국을 좋아하는 같은 편’이었다는 말이었다. 70대 후반의 자민당 국회의원은 “현역 서른 명 정도를 모으면, 일본에선 정국을 좌우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 의석수”라며 “자리를 만든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일본 제6당 대표’쯤 되지 않느냐”고 농담했다.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유력 정치인 고노 다로(왼쪽) 전 디지털상이 지난달 8일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가족 모임'에서 바비규를 먹기 전에 장난스러운 포즈로 한국 기자와 사진을 찍었다./도쿄=성호철 특파원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유력 정치인 고노 다로(왼쪽) 전 디지털상이 지난달 8일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가족 모임'에서 바비규를 먹기 전에 장난스러운 포즈로 한국 기자와 사진을 찍었다./도쿄=성호철 특파원


3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다. 2022년 6월 당시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는 하야시 외무상(당시)과 딱 30분 면담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된 강 대사는 2021년 1월 부임했지만, 1년 반이 지난 이때서야 처음으로 외무상을 만났다. 귀국이 결정된 강 대사와 작별 인사하는 겉치레 만남에 불과했다. 도쿄대에서 석·박사를 받았고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역임한 강 전 대사였지만, 전후 최악이란 한일 관계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일본에선 한국 차기 대통령이 예전 문재인 정권과 같은 반일(反日) 노선으로 회귀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의 대만 위협,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산적한 국제 현안을 함께 고민할 파트너인 한국이 등을 돌릴까 우려하는 것이다. 일본 언론사의 지인은 “신중한 일본은 이제야 한국이 내민 손을 잡은 상황”이라며 “어쩌면 한일 관계 정상화의 과실은 한국의 차기 정권이 가져갈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달 하네다공항에 만들어진 ‘한국인 전용 심사대’를 그런 사례로 들었다.


곧잘 ‘고장난명(孤掌難鳴)’이란 사자성어로 한일 관계를 얘기하곤 한다. 손바닥 하나만으론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오늘 선출될 차기 대통령이 합리적이고 국익에 적합한 한일 관계를 이끌어가길 기대한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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