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연합뉴스 |
“구단주께서 4~5위 하려고 야구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목표는 4∼5위가 아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2025 KBO리그 개막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 때 했던 말이다. 2일 현재 두산은 1위 엘지(LG) 트윈스와 11경기 승차가 나는 9위(승률 0.418·23승32패2무)에 머물러 있고, 이승엽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아직 시즌의 40.2%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평소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라고 말해온 이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에 이른 결단을 했다. 두산 구단은 “이승엽 감독이 2일 낮에 구단 면담을 신청해 팀 분위기와 성적에 책임을 지고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2017년 현역 은퇴 뒤 방송 해설 등을 했으나 프로 지도자 경험 전혀 없던 이승엽 감독은 2022년 말 두산 사령탑을 맡았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이 지휘하던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2015·2016·2019년 우승)에 올랐으나 직전 해(2022년)에는 9위로 추락해 있었다. 모그룹의 경영 상황이 나아지면서 두산은 이승엽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영입하며 엔씨(NC) 다이노스로 이적했던 양의지를 역대 에프에이(FA) 최고액(4+2년 총액 152억원)으로 다시 데려오기도 했다.
이승엽 감독은 2023년 정규리그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9위에서 5위로 순위가 상승했으나 두산 팬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하자 이 감독을 향해 야유가 쏟아졌다. 지난해(2024년)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부상, 그리고 오재원(은퇴·구속)의 강압에 따른 수면제 대리 처방으로 1.5군급 선수들(8명)이 조사를 받으면서 팀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정규리그 4위로 시즌을 마쳤다. 힘들게 진출한 포스트시즌이었으나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로 5위 케이티(KT) 위즈에 업셋을 당하고 말았다. 잠실야구장 안팎의 팬들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이승엽 나가!”라는 고함까지 터져 나왔다.
2024시즌이 끝난 뒤 이승엽 감독의 최측근은 모두 잘려나갔다. 현역 시절 삼성 라이온즈에서 함께했던 박흥식·김한수 코치가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지도자 경험이 없는 이 감독에게 이들은 정신적인 스승이나 마찬가지였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올해 두산 내부 분위기가 정말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 함께했던 측근 코치들이 전부 물갈이가 되면서 이승엽 감독이 궁지에 몰려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했다.
프로 지도자 경험이 없다는 것도 결국에는 독이 됐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 은퇴 뒤 지도자 수업을 받지 않고 곧바로 프로 사령탑이 된 최초의 케이스였다. 선동열 전 삼성, 기아 감독은 수석코치를 1년 하고 프로 지휘봉을 잡았었다. 비수도권 구단의 한 단장은 “코치 경험 없이 감독을 한 게 실패 요인 같다. 현장을 조금이라도 경험하고 감독을 맡았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승엽 감독이 떠난 자리는 조성환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맡는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3일 기아전부터 두산 선수단을 지휘한다.
한편, 10개 구단 사령탑 중 절반이 올해 임기 만기다. 중도 사퇴한 이승엽 감독 외에도 염경엽 엘지(LG) 감독, 박진만 삼성 감독, 이숭용 에스에스지(SSG) 랜더스 감독,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 등이 마지막 계약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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