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25일 오후 5시25분. 우연이 중첩된 숫자들의 단순 조합으로 여기기엔 누군가에게는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이벤트였다. 5월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돔)에서 열린 샤이니의 단독 콘서트 중 마지막 날인 5월25일은 이들의 데뷔 17주년 기념일이었고, 그날의 공연은 예고한 대로 차질 없이 오후 5시25분에 시작됐다.
떠나기 전에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까지도 여행의 일부이듯, 때로는 공연 또한 기다림까지 포함해서 온전히 완성되곤 한다. 콘서트를 일주일 앞두고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유튜브에서 매일 밤 샤이니의 첫 번째~다섯 번째 단독 콘서트 영상을 스트리밍 하는 ‘샤이니 위크’를 열었다. 팬 소통 플랫폼 ‘버블’을 통해 멤버들 또한 실시간으로 지난 공연을 보고 있음을 전하며 비하인드 코멘트를 더했다.
샤이니의 일곱 번째 단독 콘서트 타이틀은 ‘에세이’(SHINee WORLD VII [E.S.S.A.Y])로, 이들은 지난 17년간의 여정을 에세이처럼 펼쳐내고자 했다. 내용물에 대한 힌트 대신 그것이 담길 그릇을 내세우며 독특한 기대치를 형성한 셈이다.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의 멜로디가 흘러나올 때 전방 스크린에 데뷔 앨범의 로고가 떠오르거나, 브이시알(VCR)을 최소한으로 쓰는 대신 라이브 밴드 세션의 연주로 암전 없이 공연의 기세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한 건, 지난 샤이니 공연들과 견줬을 때 눈에 띄는 차별점이었다.
그런데 에세이란 무엇인가. “에세이라는 형식을 설명하려는 일이 얼마나 제자리를 도는 느낌을 주는지 너무 잘 안다고 해야겠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읽기와 쓰기에 매진하며 살았고, 현재 영국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브라이언 딜런마저도 자신의 저서 ‘에세이즘’에서 이렇게 곤혹스러움을 드러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다만 독일 작가 미하엘 함부르거에 의하면 “에세이는 에세이의 규칙을 창조하는 게임”이므로, 샤이니는 자신들만의 규칙을 세워나가야 했다. 그중 하나는 노래의 발신자와 수신자의 관계성을 수미상관으로 보여주는 데 있었다.
첫 무대는 신곡 ‘포엣 | 아티스트’(Poet | Artist)로, 고(故) 종현이 샤이니를 위해 썼다는 이 곡은 2018년에 발표된 종현의 유작 제목이기도 한 덕에 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문구다. 최근 작곡을 하거나 가사를 쓰는 아이돌은 ‘싱어송라이돌’(싱어송라이터+아이돌)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 오래전부터 종현은 그 너머를 꿈꾸며 또 가까운 사람들을 독려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는 표준어가 아닌 시적 허용에 기댄 노랫말을 써놓고 “전부 다 늘려 늘려 발음해 운율을 좀더 살려줘”라는 바람까지 가사에 담았는데, 이는 언어의 틀뿐 아니라 일상의 틀을 깨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태도의 출발점이 된다. 바로 그것이 종현이 꿈꾸는 시인(Poet)이자 예술가(Artist)의 모습이었다.
한편, 콘서트의 엔딩 곡은 샤이니가 종현을 위해 쓴 ‘네가 남겨둔 말’이었다. 2018년 발표된 샤이니 정규 6집에 수록된 이 곡의 후렴구에는 “네가 남겨둔 예쁜 말들은 한 편의 시가 되어 노래가 되고”라는 노랫말이 있다. 종현이 남겨둔 말들이 그때도 지금도 샤이니와 팬들에 의해 불리고 있다. 그렇게 어떤 음악은 오래도록 낡지 않을 운명을 가진다.
서해인 콘텐츠로그 발행인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케이팝을 듣습니다. 케이팝이 만들어낼 ‘더 나은 세계’를 제안합니다. 3주마다 연재.
2025년 5월23~25일에 열린 샤이니의 콘서트. SM엔터테인먼트 |
2025년 5월23~25일에 열린 샤이니의 콘서트. SM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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