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 시에서 친이스라엘 단체를 노린 테러 공격이 발생한 뒤, 사고가 난 거리 주변을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 도심에서 열린 친이스라엘 단체 평화 행진 도중 한 남성이 불을 질러 참가자 여러 명이 화상을 입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표적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수사에 나섰다.
시엔엔(CNN)·시비에스(CBS)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은 1일 낮 1시26분께(현지시각) 볼더카운티 시내에서 열리던 ‘생명을 위한 달리기’ 행사 도중 발생했다. 이 단체는 2023년 하마스의 기습 공격 뒤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하며 매주 행진을 이어왔다. 이날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돌아오던 중 구 법원 청사 앞 보행자 전용 거리에서 용의자가 인화물질이 담긴 병 여러개를 던졌으며, ‘간이 화염방사기’를 사용해 사람들에게 불을 질렀다고 연방수사국은 밝혔다. 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중 한 명은 중태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소셜미디어에는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부상자들에게 붙은 불을 옷가지를 덮어 끄거나 물을 들고 달려가는 모습이 담긴 여러 영상이 공유됐다. 영상에선 잔디밭은 여전히 불타고 있고, 곁에서 웃옷을 벗어 던진 한 백인 남성이 양손에 병을 든 채 고함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용의자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가”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자)를 끝내자”고 말했다고 반유대주의 증오 범죄에 맞서는 시민단체 ‘반명예훼손연맹’은 영상을 분석해 전했다.
용의자는 이집트 국적의 마흐무드 사브리 솔리먼(45)으로, 연방수사국은 그가 “팔레스타인 해방”이라고 외쳤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범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걷기 행진에 참여한 에드 빅터는 시비에스와의 인터뷰에서 “행진은 매주 열리며, 노래를 부르며 걷거나 청사 앞에서 인질들의 이름을 낭독하곤 했다. 보통 30여명이 참석한다. 가끔 야유를 받기도 하지만, 대응하지 않고 걷기만 했다. 박수를 치거나 감사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 공격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현장 목격자는 “용의자가 원예용 화학 분무기와 비슷한 연료통을 등에 짊어지고 있었다. 화염병 하나는 우리 바로 앞에서 폭발했다”고 전했다. 행진의 주최자인 레이첼 드보라 아마루는 “우리 행진은 평화적 메시지를 전하려던 것뿐이다. 볼더 시내 한복판에서 명백한 반유대주의 행위가 자행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21일 워싱턴디시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피격당하는 등 반유대주의 증오 범죄가 발생한 지 열흘도 안 돼 발생한 일이다.
카시 파텔 연방수사국장은 소셜미디어에 “이번 사건을 표적 테러 공격으로 보고 있으며, 연방수사국 요원들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필 와이저 콜로라도 주법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표적이 된 단체를 고려하면 ‘증오 범죄’로 보인다”며 “세계 정세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는 있지만,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방수사국은 정신 건강 문제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사회에선 반유대주의 움직임이 폭력 사태로 비화하고 있다며 일제히 경고 메시지를 냈다. 유대인 권익옹호 단체인 미국 유대인위원회 대표 테드 도이치는 “유대인에 대한 더 이상의 폭력을 용납해선 안된다”고 규탄했다. 반유대주의 증오 범죄에 맞서는 시민단체 ‘반명예훼손연맹’도 성명을 내어 “유대인 공동체가 전례 없는 위협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이번 볼더 테러를 포함해 2020년 이후 우리 단체가 기록한 테러 16건 가운데 9건이 지난 11개월(2024년7월~2025년5월) 발생한 것으로, 이전 54개월 동안의 7건에 비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다”고 우려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테러 공격으로 여러 사람이 다친 현장 근처에서 한 사람이 이스라엘 국기를 붙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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