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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만 전쟁시 제1의 연루국"…트럼프의 '中견제' 남 일 아닌 이유

머니투데이 김인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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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헤그세스 美국방장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재차 공식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취재진을 만나 "나토 국가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나는 그들을 방어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취재진을 만나 "나토 국가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나는 그들을 방어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자국의 군사역량을 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고 재차 밝힌 것은 최근 제기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2기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주한미군도 북한 대응을 넘어 중국 견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헤그세스 장관이 기존보다 더 직설적으로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며 동맹국의 국방비 지출 확대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닉슨 독트린'이 연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재임기간 미국의 적극적 군사개입 대신 동맹국의 자주적 역할을 강조하며 약 2만1000명의 주한미군을 철수시켰다.

1일 국방부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 연설을 통해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물러날 수 없다"며 "우리는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침략을 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재설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 "지배적인 힘(hegemonic power)"으로 아시아 지역을 통제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7년까지 자국 군대에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치라고 지시했다며 "중국이 대만을 정복하려는 시도는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에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며 "아시아 동맹국과 파트너들은 독일을 포함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GDP(국내총생산)의 5%를 국방비를 지출하겠다고 약속하는 사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2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2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그의 발언은 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동맹국들이 국방 예산을 NATO 회원국에 필적할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국과 일본 등이 직면한 북한 위협에 대해선 미국의 군사개입을 줄이고, 각국이 국방비를 증액해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2의 닉슨 독트린'이란 평가도 내놨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69년 7월 베트남 전쟁 장기화와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으로 동맹은 지키되 핵무기에 의한 위협이 아닌 외부 침략은 아시아 각국이 스스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재임기간 주한미군은 약 6만3000명에서 4만2000명까지 줄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미국은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동맹이 자국의 방어를 책임지라는 것"이라며 "한국이 전시작전권을 가져가 북핵 위협을 제외한 북한의 재래식 위협을 모두 책임지고 직접 대응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GDP의 5%를 국방예산으로 올리라고 했는데, 사실상 한국을 가리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일이 중국의 대만침공 문제를 비공식적으로 협의해야 한다"며 "미국이 원하는 바를 들어보고 한국이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정하는 일종의 지침을 만들어야 원치 않는 전쟁에 연루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4월2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칼라일에 있는 육군전쟁대학 연설에서 “우리는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에서 중국 공산당을 억제하고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역내 전력 태세를 더 전진 배치하고 있다”고 밝힌 모습. / AFP=뉴스1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4월2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칼라일에 있는 육군전쟁대학 연설에서 “우리는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에서 중국 공산당을 억제하고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역내 전력 태세를 더 전진 배치하고 있다”고 밝힌 모습. / AFP=뉴스1



전문가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 인식에 우려를 표했다. 이 후보는 최근 미국 타임지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시 대만을 돕겠느냐는 질문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려 할 때 답을 생각해보겠다(I will think about that answer when aliens are about to invade the earth)"고 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양안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이슈"라면서 "우리 서해를 통해 중국 해군이 투입되고, 그 지점에 주한 미공군이 있다. 우리가 양안 문제를 제대로 보지 않는다면 전쟁의 초입에서 '제1의 연루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이날 "미국에선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안보 제1순위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역할 확대 등의 논의도 그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난달 30일 CSIS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한반도에 대한 문제보다는 대만 위기 대응으로 대부분 군사력의 초점을 맞추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북한에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고 오판을 이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2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2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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