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회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 참가 교사들이 지난달 25일 일본 규슈 사가현의 아리타(有田) 마을을 방문해 도공 이삼평 14대손(맨 왼쪽)의 인사말을 듣고 있는 모습. /방극렬 기자 |
“신사(神社) 관문이랑 석상이 다 도자기로 만들어져 있네. 정말 도자기 신이야 신.”
지난달 25일 일본 규슈 사가현의 ‘도자기 마을’ 아리타(有田)를 방문한 교사들은 조선 시대 도공 이삼평(李參平)의 위상에 탄성을 냈다. 충남 공주 출신의 이삼평은 임진왜란 때 아리타에 포로로 끌려간 뒤, 점토를 발견하고 자기를 구워 ‘백자 산업’을 창출한 인물이다. 약 430년이 지났지만 아리타 사람들은 그를 잊지 않고 있었다. 이삼평을 모시는 신사를 만들고,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뒷산 높은 곳에 기념비를 세웠다. 직계 자손들은 대를 이어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이날 탐방객을 맞은 이삼평 14대손은 “초대 이삼평이 없었다면 아리타 마을도 없다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지효(35) 서울창일중 역사 교사는 “조선이 침략당한 입장이라 교과서만 보면 이삼평이 일본에 의해 착취당한 것처럼 느껴지기 쉬운데, 현지에 와보니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며 존중받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지난달 25~29일 일본의 주요 유적지에서 한일 교류의 역사를 배우는 제48회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이 조선일보 주최, 신한은행 협찬으로 진행됐다. 1987년부터 매년 1~2차례 열린 이 행사엔 그간 1만9000여 명이 다녀갔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이뤄진 이번 탐방은 전국 초·중·고 교사 172명 등이 참가해 후쿠오카와 오사카, 교토 일대를 돌아봤다. 손승철 강원대 사학과 명예교수와 서정석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교수, 엄기표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가 현장 해설을 맡았다.
탐방의 시작은 임진왜란 전진 기지로 활용된 나고야(名護屋) 성터였다. 한때 30만명의 왜군이 이곳을 거쳤지만 지금 남은 건 주춧돌과 끊어진 성벽, 박물관뿐이다. 손승철 교수는 “1993년 한일 양국이 ‘다시는 불행한 전쟁을 하지 말자’는 교훈을 남기기 위해 박물관을 세웠다”고 말했다. 조선통신사가 숙소로 사용한 시모노세키의 아카마 신궁(赤間神宮)에선 신관(神官·신사에서 일하는 관리)이 나와 과거 사절단이 남긴 시와 그림을 보여줬다.
탐방단은 백제식 금동관 등이 출토된 후나야마(船山) 고분, 고구려 벽화와 유사한 사신도가 그려진 다카마쓰(高松) 고분, 백제 영향을 받은 일본 최초의 사찰 아스카데라(飛鳥寺) 등을 통해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교류 흔적을 목격했다. 한국의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빼닮은 교토 고류지(廣隆寺)의 목조 반가사유상도 인자한 미소로 탐방객을 맞았다.
양국의 정치·문화사에 대한 강연도 이어졌다. 정은숙(50) 하남동부초 교사는 “한일 간에 전쟁, 식민지 등 적대적 기억이 많지만, 우호적으로 교류한 경험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입체적인 역사를 어떻게 볼지 학생들과 함께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후쿠오카·오사카·교토=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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