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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만능론? 태도가 재능[2030세상/박찬용]

동아일보 박찬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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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용 칼럼니스트

박찬용 칼럼니스트

초면인 사람들과 쉼 없이 연락을 나누는 게 내 일의 일부다. 나는 취재와 협업 등의 이유로 늘 다른 사람에게 의뢰를 해야 한다. 반대로 내가 의뢰나 용역을 받기도 한다. 매번 다른 분야를 조사하고 취재할 때가 많아 ‘어느 분야의 어떤 경력자에게 어떤 걸 물을까’가 중요하다. 사람의 실력을 가늠하는 지표는 여러 가지다. 경력, 유명도, 대중 활동, 주변 평가 등. 지금 내게 남은 딱 하나의 지표는 태도다.

몇 년 전 어느 회사에 각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연결해줄 일이 있었다. 특정 분야 전문가 A 씨의 실력은 확실했다. 명석하고 근면하고 대외 활동도 활발했다. 문제는 그의 업무 태도였다. 그는 불필요할 만큼 너무 크게 화를 냈다. 업무 진행 절차에서 단순 혼선이 생겨 담당자에게 대로했다는 사례를 듣고 ‘이 사람을 또 추천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지난달 A 씨가 크게 화를 냈다는 사례를 다른 곳에서 또 들었다. 그가 그 태도를 고치면 더 활발히 일할 수 있을 텐데.

반대도 있다. 나는 디자이너 B 씨를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 번 추천했다. 가장 큰 이유는 그의 태도다. 디자인 등 눈에 보이는 일에 대한 용역은 일의 특성상 의뢰인의 해당 분야 이해도가 부족한데 급하게 일이 돌아갈 때가 있다. B 씨는 여기서 탁월했다. 의뢰인에 대한 이해심이 깊고 태도도 좋았다. ‘저쪽은 디자인을 모를 수 있고, 이를 친절하게 응대하는 것도 내 일이다’라는 태도가 확실했다. 그 태도 덕에 일을 맡길 때도, 제3자에게 추천할 때도 마음이 편안하다.

사실 내가 일하는 광의의 크리에이티브 업계에는 일종의 재능 만능론 같은 게 있다. 재능의 정의나 재능의 탄생 비결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 대신 재능이 깃든 결과물에는 ‘저게 재능이구나’ 싶은,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다. 그런 재능을 가진 이들은 덜 친절하거나 사회성이 떨어질 때가 있다. 그 재능이 늦게 인정받을 때도 있다. 그래서 재능 만능론은 여러 사람들에게 핑계가 되기도 한다. 재능 비슷한 것도 없는 사람들이 무례한 모습으로 남과 자신을 속이며 뽐내는 경우도 많다.

“나는 재능은 안 믿지만 태도는 믿거든.” 대성의 길로 접어드는 작가 선배와 오랜만에 만났을 때 들은 말이 기억에 남았다. 이 말대로였다. 이 선배는 정말 열심히 했고 무엇보다 계속 했다.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이상을 향해 진지했다. 그러면서도 늘 타인에게 친절하고 유쾌했다. 그 모든 태도가 쌓이고 단단해져 그만의 인장 같은 문장들이 만들어졌다. 그 기풍이 전문가 집단의 인정을 거쳐 대중에게 전해지는 중이다.

보통 태도와 재능은 반대 요소로 여겨진다. 이제 내 생각은 다르다. 좋은 태도 역시 재능의 여러 갈래 중 하나다. 태도가 재능의 뿌리일지도 모른다. 마침 최근 내게 ‘태도의 쌍곡선’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젊은 C 씨는 세부사항이 미흡해서 청탁을 거절하자 본인 실수를 사과하고 정중히 세부사항을 물어보며 방침을 수정했다. 비슷할 때 함께 일했던 D 씨는 본인 실책에도 사과 없이 말을 돌리며 나를 비난했다. 이들의 재능과 미래는 내가 아닌 시간이 알려줄 듯하다.

박찬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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