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기고] 신현철 증평군수어통역센터장
지난 20일 증평군의회는 충청북도에서 일곱 번째로 '한국수어언어 활성화 조례안'을 제정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제도를 넘어 수어 사용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당당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지난 20일 증평군의회는 충청북도에서 일곱 번째로 '한국수어언어 활성화 조례안'을 제정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제도를 넘어 수어 사용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당당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면적과 인구는 작지만, 증평에는 다양한 삶이 공존합니다. 들리지 않는 대신 '보는 언어'로 세상을 살아가는 수어 사용자들 또한 소중한 지역 구성원입니다. 우리는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이웃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왔고 이번 조례는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순간입니다.
수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공용수어이자 수어 사용자들의 모국어이며 정체성입니다. 그들의 감정, 사고, 삶의 결이 담긴 완전한 언어입니다. 하지만 수어는 사회적 인식 부족과 정책의 한계로 여전히 주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번 조례는 그러한 현실을 바꾸는 실질적인 첫걸음입니다.
조례에는 수어통역서비스 확대, 공공기관 수어 사용 활성화, 수어 교육과 홍보 강화 등 실질적인 변화가 담겼습니다. 특히 행정·교육·의료 분야에서 수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수어 사용자들의 일상을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증평군의 조례가 특별한 이유는, '작지만 빠른 실행력'에 있습니다. 우리 지역은 소규모이기에 더 밀착된 행정이 가능하며, 주민들과의 거리도 가깝습니다. 그만큼 정책의 필요와 변화가 빠르게 공유되고, 즉각 반영될 수 있습니다. 이는 수어 활성화 정책에서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증평군수어통역센터는 이 조례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도록, 현장과 행정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입니다.
우리 센터는 지금껏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넘어서, 수어 사용자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동행자였습니다. 병원 진료를 위해 먼 시군으로 가야 했던 어르신, 단순한 행정처리에도 반나절 이상이 소요됐던 수어 사용자들. 그들의 일상이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한 이 한걸음이, 우리에게는 매우 절실하고 절박한 과제였습니다. 이제 이 조례를 발판 삼아, 수어 사용자에게 더 가까운 행정, 더 따뜻한 공동체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수어는 '보는 언어'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서로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조례 제정은 수어 사용자들에게는 권리 회복의 신호이자, 우리 사회 전체에게는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전환점입니다.
증평이 수어 사용자들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주는 작지만 강한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증평군수어통역센터는 앞으로도 한 걸음 한 사람을 더 깊이 따뜻하게 바라보며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이 뜻깊은 시작을 함께해 주신 증평군의회와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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