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27일 저녁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시민들이 찾아와 작가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이탈리아 조경가인 알레산드로 트리벨리의 ‘워터루츠!’(Waterrooots!). 작가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녹아내리며 정원을 감싸는 원형 물 커튼이 되고, 흘러내린 물은 정원의 식생을 성장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인간의 활동과 그럼에도 이뤄지는 자연의 회복력을 선보인다”고 설명한다. |
“지금은 아파트에 살지만, 단독주택에 살게 되면 한 평이라도 이렇게 예쁘게 가꾸며 살고 싶어요.” 이제 막 정원박람회장에 들어와 몇 곳을 둘러본 김정운(64)씨가 “잘 꾸며진 정원을 보니까 힐링이 되는 것 같고 감동적”이라는 남편 이평수(68)씨의 말에 공감하며 덧붙였다.
다채로운 정원이 도심 한복판에 펼쳐졌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2025년 5월22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약 12만 평) 일대에서 열렸다. 이번 박람회는 ‘서울, 그린 소울’(Seoul, Green Soul)을 주제로, 서울을 살아 숨 쉬는 하나의 정원 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담고 10월20일까지 이어진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낮보다, 아름다운 정원이 조명을 받아 빛나는 저녁이 산책하기에 더욱 좋다.
김기한 작가의 ‘더라스트 밀’(The Last Meal). 작가는 작품에 대해 “악화된 환경에서도 번성하는 개구리밥을 식재하여 정원 관람객들에게 점차 확대되는 육식 문화가 조장하는 생태적 붕괴 상태에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고 자연의 생명력과 회복력을 상기시킨다”고 설명한다. |
이번 박람회에는 작가정원, 작품정원(기업·기관·지방자치단체 조성), 동행정원(학생·시민·다문화가족 참여), 매력정원(서울 이야기를 담은 테마정원) 등 국내외 작가, 학생, 시민, 기업·기관·자치구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만든 총 111개의 정원이 전시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작가정원. 조경가 마크 크리거, ‘2024 서울시 조경상’ 대상 수상자인 박승진 작가 초청 정원과 국제 공모로 선정된 김윤빈 작가의 ‘영원한 생명의 정원’, 이탈리아 조경가 알레산드로 트리벨리의 ‘워터루츠!’(Waterrooots!), 김기한 작가의 ‘더 라스트 밀’(The Last Meal) 등 공모 정원에서 인공과 생태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메타몽 가든’ 등나무 길에서 관람객이 조화로 만든 꽃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남기고 있다. 132마리의 포켓몬스터 메타몽이 전시된 정원은 6월22일까지 운영된다. |
전시 말고도 정원산업전, 가든센터, 가든퍼니처 특별전 등이 함께 열린다. 또 꽃바구니 만들기, 가든 워케이션(정원에서 쉬는 듯 일하는 것), 가든 캠핑 등 총 63개의 문화·체험 행사가 준비됐다. 장애인, 어르신, 다문화가족 등을 위한 ‘정원 동행 투어’(누리집 사전 신청 필요), 영어 통역 서비스도 제공된다.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맞춤형 정원도 마련됐다. 반려견 ‘골드’와 함께 벌써 네 번째 공원을 찾은 주슬기(25)씨는 “근처에 사는데 가족과 함께 저녁 산책하기 딱 좋다”며 “공원이 예뻐져서 퇴근 뒤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숲속무대에서는 ‘정원작은음악회’가 열려 관람객들이 노래를 감상하고 있다. |
“흙을 만지는 것은 내 영혼을 치유한다”는 헬렌 켈러의 글귀가 그림과 함께 걸려 있고, 저녁 시간 공원 스피커에선 시간을 두고 “아빠!!! 주말인데 잠만 자고!!!! 나랑 언제 놀아줄 거야!! (…) 뽀삐와 함께 보라매공원으로 가요. 우리 가족 함께 놀아요! 좋은 아빠가 되어보자구요!”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혹은 선선한 저녁 시간에 가족과 함께 도심 속 정원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관람객들이 동행정원과 작가정원 사이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다. |
5월의 여왕 장미가 활짝 핀 ‘현대장미원’에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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