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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2배로 치솟은 日 쌀값… 원흉은 '유통구조' 였다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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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축미 30만t 풀고도 안정화 효과 '미미'
현지 언론 "유통망 경직성이 문제" 지적
JA전농 중심 계열사가 대부분 물량 선점
생산서 소비까지 평균 4~5단계 거쳐야
물류비·수수료 등 단계별 중간 마진 유발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의 쌀값 대란이 1년째 계속 되면서 내달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둔 이시바 시게루 내각을 흔드는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30년 만에 일본 쌀값이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비축미를 시장에 대량 방출했지만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이전까지 지진에 따른 생산량 급감,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 증가 등 복합 원인이 지목됐으나 점점 업계의 시선은 한 곳으로 몰리고 있다. 원인은 생산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 병목을 안고 있는 일본의 쌀 유통 시스템이라는 분석이 대세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축미 풀어도 꿈쩍 않는 시장, 왜

1일 일본 대형 마트인 '이온'의 도쿄 점포에서 수의계약으로 풀린 정부 비축미의 판매가 개시됐다. 이번에 풀린 비축미는 5㎏당 1980엔(약 1만9000원)으로, 약 850명이 매장 오픈 전부터 길게 줄을 섰다. 2일부터는 지바, 나고야, 오사카시까지 총 4점포로 대상을 확대해 전국에 판매를 실시한다.

'쌀 사기 오픈 런'이 열린 배경은 무섭게 치솟은 쌀 값에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5월 12~18일 쌀 5㎏ 평균 가격은 4285엔으로 2년새 2배로 뛰었다. 1993년 기록한 쌀 부족 사태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치로, 소비자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이온이 판 1980엔의 가격은 그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농림수산성은 쌀값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총 30만t의 정부 비축미를 방출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가격은 안정되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소매가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현지 언론들은 "정부는 비축미를 5k㎏당 2000엔 이하로 공급해 시장 안정화를 시도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쌀값과 관련해 "기존 유통 구조 내에서 정부미가 충분히 소비자에게 도달하지 않고 있다"는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유통망 내부의 경직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특정 사업자가 정부미를 대량 낙찰받은 후 공급량과 시점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가격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이거나 국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쌀 유통 구조 전반이 고정화된 물류 체계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만큼 유통량을 급격히 늘리거나 조정하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실제로 농림수산성이 4월 공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정부미 방출 이후에도 2주 간 주요 슈퍼마켓 30곳 중 21곳에서 햅쌀 가격이 오히려 5%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시장에서의 수급 조절 능력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JA전농 중심 유통 시스템 문제 있다"

일본의 쌀 유통은 지역 농협과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전농)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농가가 출하한 쌀은 지방 농협을 통해 JA전농으로 집결되고, 다시 도매상과 소매점으로 흘러간다. 이 구조는 안정적인 출하와 가격 보장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민간 사업자 진입 장벽이 높아 유통경쟁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적잖은 문제가 지적돼 왔다.


올해 정부 비축미 입찰에서 JA계열 사업자가 전체 물량의 대부분을 낙찰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일반 소비자에게 물량이 충분히 도달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닛케이는 해당 입찰과 관련해 "민간 유통업체들은 입찰 조건상 진입이 어려웠으며 대형 농협 계열 유통망이 물량을 선점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유통 경로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점도 가격 경직성의 원인으로 꼽힌다.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평균 4~5단계를 거치며 각 단계마다 물류비와 수수료가 붙어 최종 소비자가격은 생산자가 받는 금액의 1.4배 이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 쌀 유통 마진은 주요 식재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 최근 일본의 대표적 할인 체인 '돈키호테'를 운영하는 팬퍼시픽인터내셔널홀딩스(PPIH)는 쌀 유통 구조 개혁을 촉구하며 정부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PPIH는 "JA전농과 직접 거래하는 1차 도매상이 사실상 지정 특약점 형태로 고착돼 있어 신규 진입이 어렵다"며 "최대 5단계에 이르는 다층적 도매 구조가 각 단계별로 중간 마진을 유발해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린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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