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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으면 힘들까봐"…노부모·처자식 살해범의 치밀한 계획

중앙일보 최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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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가장 A씨가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될 때의 모습. 연합뉴스

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가장 A씨가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될 때의 모습. 연합뉴스



80대 노부모와 아내, 두 딸 등 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가 자신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채무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게 살 것이라고 생각해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범행 전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는 등 철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이모씨의 존속살해와 살인,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주택건설업체 대표였던 A씨는 2023년 3월 한 협동조합 창립준비위원회와 광주광역시에 민간임대아파트를 신축하기로 업무용역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그는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홍보관을 통해 사전 입주자를 모집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홍보관이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A씨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약자들은 A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과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수십억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게 된 A씨는 수면제 등을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했다. 그러나 본인이 사망하면 채무가 전가돼 경제 능력이 없는 가족들이 힘들게 살 것을 우려해 피해자들을 먼저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올해 1월과 2월 광주광역시의 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불면증 등을 진단받고 수면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18일 전인 3월 27일에도 추가로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범행 2주 전인 같은 달 31일엔 분쇄기를 구입했다.

그는 4월 9일 보관하고 있던 수면제를 분쇄해 약봉지에 나누어 담았다. 그리고 범행 당일인 4월 14일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미리 구입한 유제품에 수면제를 섞은 뒤 부모와 배우자, 각각 20대·10대인 자녀 등 5명에게 먹이고 이들이 잠이 들자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범행은 A씨가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면서 해당 친척의 신고로 드러났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A씨의 집 현관문을 강제 개방해 사망자들을 발견했다. 범행 현장엔 A씨가 작성한 유서 형태의 메모도 발견됐다.

A씨는 범행 후 광주광역시에 있는 한 오피스텔로 달아났다가 체포됐다. 그는 주중엔 광주 오피스텔에 지내고, 주말엔 가족이 있는 본가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사업 실패로 인한 과다 채무, 관련 민·형사 사건이 들어오는 상황 등이 가족에게 부담일 될 것을 우려했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지난 4월 24일 검찰로 송치될 당시에도 “계획범행임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동현)는 지난 12일 A씨를 존속살해 및 살인, 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씨의 첫 재판은 이달 10일 오전 11시 20분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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