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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플러스]<칼럼>AI 시대, 한국 대학의 씁쓸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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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조동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견지망월(見指忘月)!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사람들은 손가락 끝만 보고 달을 잊어버린다. 본질을 놓치고 형식이나 수단에만 갇히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 사회, 특히 대학가가 인공지능(AI)을 바라보는 시선이 꼭 그렇다.

2022년 10월, 미국발 챗GPT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이어서 올해 1월에는 중국발 딥시크가 한국도 AI 생산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2012년 태동하여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AI는, 이제 본격적인 대중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AI 없는 경영을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상아탑은 여전히 손가락에 해당하는 AI 기술 자체만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 정작 달에 해당하는 AI 응용 연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대 경영대학에는 학생들이 4년간 수강할 수 있는 120여 개 과목 중 AI라는 단어가 들어간 과목이 단 한 개도 없다. 연세대, 고려대 경영학과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이들 대학의 석사 과정인 MBA 커리큘럼에서도 AI는 찾아볼 수 없다.

반면, 미국 경영대학원의 양대 산맥인 하버드와 MIT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MBA 과정에는 “AI 리더를 위한 데이터 과학”, “기업 리더를 위한 생성형 AI”, “현장실습 과목: 파운드리 AI 연구” 등 3개 과목이 개설되어 있다. MIT 슬로언 경영대학원은 “MBA를 위한 AI 기초”, “경영자를 위한 생성형 AI”, “생성형 AI 실험실”, “인공지능: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시사점”, “AI 기반 조직의 리더십” 등 5개 과목을 통해 AI의 기본 개념부터 실제 비즈니스 적용, 리더십 역량 강화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경영대학을 넘어 다른 댠과대학으로 시야를 넓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의 15개 대학에 2024년 개설된 8,300여 개 과목 중 AI 또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과목은 22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공대 7개와 공대 관련 융합학부 10개를 제외하고는 자연대1개, 농생대1개, 사범대 2개, 음대1개에 한정되어 있다. 경영대를 비롯해서, 인문대, 사회대, 수의대, 의대, 약대 등 AI를 필수적으로 응용해야 할 대부분의 대학에는 AI 관련 과목이 전무하다.

이는 공대를 비롯한 일부 학생들을 제외한 대다수 서울대 학생들이 4년 동안 AI 과목을 단 한 과목도 수강하지 못하고 졸업할 수밖에 없는 불행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근원에는 한국 대부분의 대학에 독버섯처럼 만연한 사일로 현상, 즉 부서 이기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공대가 'AI'라는 단어를 선점하자 다른 대학에서는 공대의 동의 없이는 해당 단어를 과목명에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대가 기초적인 AI기술을 열심히 연구하는 동안, AI를 각 분야에 응용하여 가치를 높여야 할 다른 대학들은 공대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 대학들이 'AI = 공학'이라는 등식에 갇혀서는 안 된다. 2024년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AI 전문가들에게 수여되었고, 시인과 소설가들이 AI 기반 시와 소설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 2001년 'AI'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고, AI가 작곡한 음악은 이미 상업적인 분야를 휩쓸고 있다. 이제 AI는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바꾸어 놓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모든 대학이 AI 응용 과목을 자유롭게 개설하여 학생들이 AI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때다. 견월망지(見月忘指)! 손가락을 넘어, 본질인 달을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는 AI 시대의 진정한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다.

조동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겸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dscho123@gmail.com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서울과학종합대학원 발전자문위원 겸 석좌교수, 국제연합훈련조사원 SDG경영대학 이사장도 맡고 있다. 서울대 국제지역원장·경영대학장, 북경 장상강학원 전략전공 교수, 국립인천대 총장, AI경영학회 창립회장, 국제경영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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