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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마트폰 수리권에 담긴 '탄소배출'의 함의 [공약논쟁前 2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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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기자]

환경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정치인은 드물다. 하지만 21대 대선에선 유독 기후공약이 눈길을 끌지 못했다. 주요 후보 중 기후위기를 다룬 공약을 낸 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허투루 다룰 만한 이슈가 아니다. 세계시장뿐만 아니라 우리의 작은 일상과도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공약이 있든 없든 논쟁해야 할 이슈가 많다는 거다.

☞ 참고: 6ㆍ3 대선 에디션 '공약논쟁前'의 취지는 공약을 논쟁하기 전前에 논쟁해야 할 이슈를 살펴보자는 겁니다. 더스쿠프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을 읽어보시면 취지를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804

21대 대선에서 기후위기 공약은 그 전보다 더 위축된 수준으로 발표됐다. [사진 | 뉴시스]

21대 대선에서 기후위기 공약은 그 전보다 더 위축된 수준으로 발표됐다. [사진 | 뉴시스]


환경 문제는 21대 대선에서도 '유망주'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1990년대 '지구온난화'에서 2010년대 '기후 위기'로 심각성이 더 짙어졌지만, 환경 문제는 이번에도 주요 공약 밖에서 맴돌았다. 지지율이 두자릿수씩 나오는 주요 후보 3인 중 기후 위기 공약을 마련한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뿐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0대 공약에 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 발전을 에너지 전환 방식으로 제시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탄소 배출 감축과는 무관한 내용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역시 기후를 다룬 구체적인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 기존 기후위기 대응정책을 비과학적이라고 지적하며 국제적 기준에 맞춘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내놓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남겼다.

주요 공약에 거론되지 않았다고 환경 문제를 허투루 다뤄선 곤란하다. 환경은 사실 무역 등 경제 분야와 떼어 놓을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지리적 위치에 따라 기후위기는 곧바로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 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펴봐야 할 환경 이슈는 무엇일까. 첫째는 탄소감축목표의 재설정이다.

■ 논쟁➊ 탄소감축목표 재설정 = 2024년 우리나라에선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결 론이 나왔다. 기후소송 청구인들이 제시한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 정부가 '2020년 탄소 배출량 목표치'를 지킬 생각을 하지 않은 채 2019년에 선제적으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둘째, 모호한 탄소 감축 목표치 때문에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감축량을 떠넘긴다는 점도 지적했다. [※참고: 기후소송은 2020년 청소년기후소송, 2021년 시민기후소송, 2022년 아기기후소송, 2023년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을 병합해 진행했다.]

첫 기후소송이 제기된 지 4년 만인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논지의 판결을 내렸다. "… '정부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의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는 탄소중립기본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


기후소송 당사자들은 헌법불합치가 나온 조항을 수정해서 새로운 탄소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탄소감축 목표치 의 재설정 작업이 차기 정부의 필연 과제가 된 셈이다.

더구나 차기 정부는 2030년 이후 탄소감축목표치를 설정해서 유엔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2015년 체결된 파리 협정에서 "당사국들은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5년마다 NDC를 설정해서 제출해야 한다"는 약정을 걸었기 때문이다.

■ 논쟁➋ 국경 초월한 문제 = 이처럼 기후위기는 국경을 넘는다. 우리나라의 정책을 세계 각국의 상황과 맞추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는 구조다. 사례를 들어보자. 유럽연합(EU)은 2026년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ㆍCBAM) 를 본격 시행한다.

CBAM은 EU가 수입하는 6개 품목에 적용하는 일종의 '탄소 관세'다. 철강ㆍ알루미늄ㆍ시멘트ㆍ비료ㆍ전력ㆍ수소를 수입할 때 생산 시 발생한 탄소를 계산해 그에 비례하는 관세를 붙인다.

다른 나라에서 시행하는 제도지만 우리나라엔 특히나 큰 영향을 미친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가 수출한 철강 2835만톤(t) 중 EU로 들어간 철강은 381만t이다. EU 다음으로 일본, 인도, 미국 순이다. 일본은 367만t, 인도는 305만t, 미국은 277만t 순이었다. EU로 철강 수출이 어려워진다면 국내 철강 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철강 산업에만 빨간불이 켜진 것도 아니다. 국제해사기구에서는 2027년부터 기준을 초과해서 탄소(온실가스)를 배출하는 5000t(톤) 이상의 선박에는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환경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그대로 경제적 손해가 돌아오는 상황이다.

■논쟁➌ 수리권 가볍지 않은 이슈 = 기후위기에서 주목할 점은 또 있다. 기후위기가 '중후장대' 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 란 점이다. 국경을 초월한 이슈이기도 하지만 일상의 단면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소비자 수리권修理權'의 배경도 살펴볼 만한 이슈다. 탄소배출 문제를 '소비자'와 엮은 정책적 시도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2023년부터 추진한 제도의 일환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2023년 수리권 보장 제도를 추진했다. 수리권 보장 제품군을 설정함과 동시에 의무 부품의 보유 기간을 정했다. 올해부턴 실제 시행하겠단 목표도 잡았다.

기후위기는 삶 자체를 위협한다. 사진은 빙하가 녹아 발생한 스위스 산사태의 흔적. [사진 | 뉴시스]

기후위기는 삶 자체를 위협한다. 사진은 빙하가 녹아 발생한 스위스 산사태의 흔적. [사진 | 뉴시스] 


수리권 논의가 본격화한 건 휴대전화 시장 때문이다. 오래 사용한 휴대전화를 더이상 고칠 수가 없는 탓에 원하든 원치 않든 버리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서다. 공식 서비스 매장에서 수리해주지 않아서 '사설업체'를 찾아가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다.

이런 측면에서 일부 소비자는 "휴대전화를 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고쳐쓸 수 있다면 '탄소 배출' 감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수리권'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탄소 배출 문제를 '소비 영역'에서 고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다소 가벼운 이슈일지 몰라도 함의는 크다는 거다.

기후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건 단순히 '정의' 때문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국제적 기준에서부터 일상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차기 정부는 과연 이 문제를 얼마만큼 세심하게 다룰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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