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타선에 짜임새도, 폭발력도 있다 보니 상대 팀으로서는 조금이라도 방심할 수 없는 팀이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2~3점을 금방 따라오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3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4-1로 이긴 SSG도 마지막까지 진땀 나는 불펜 운영을 해야 했다. 롯데 타선이 분위기를 타는 것을 막기 위해 불펜 필승조를 총동원했다.
SSG는 이날 대체 선발인 전영준이 4이닝 64구 1실점으로 자기 임무를 다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가운데 5회 박시후, 6회 노경은, 7회 김민, 8회 이로운을 차례로 올려 롯데 타선을 봉쇄하고 3점 리드를 마무리 조병현(23)에게 넘겼다. 마무리로서는 가장 여유로운(?) 상황 중 하나인 3점 차이기는 했지만, 사실 부담은 적지 않았다.
롯데 타선이 폭발력이 있고, 만약 조병현이 위기에 처한다면 SSG는 그 다음에 붙일 만한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 연장에 가면 반대로 롯데는 정철원 김원중을 비롯한 필승조가 다 쏟아져 나올 판이었다. 그러나 좋은 구위에 마무리 경험까지 더해져 올 시즌 투구 내용이 안정감을 찾고 있는 조병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기로 상대 타선을 눌렀다. 놀라운 승부였다.
선두 타자를 잘 처리한 조병현의 투구는 더 거침이 없어졌다. 두 번째 타자 나승엽을 상대로도 패스트볼 승부를 펼쳤다. 첫 두 개의 공을 다소 벗어나기는 했지만, 변화구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3구째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 4구째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조병현, 그리고 동갑내기 포수인 조형우의 뜻이 잘 맞았다. 구속과 별개로 패스트볼에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계속 패스트볼을 던졌고 실제 나승엽은 3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배트가 공에 밀렸다.
어쩌면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조병현은 구속도 빠른 편이지만, 무엇보다 공의 힘이 좋다. 포심 수직무브먼트는 리그에서 단연 1위다. 리그 유일의 평균 60㎝ 이상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릴리스포인트가 높은데 수직무브먼트까지 좋으니 타자로서는 자꾸 공이 빗맞는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제 이를 보정해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들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맞히기 쉽지는 않은 공이다. 물론 패스트볼 비중이 아주 높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포크볼이 있고, 때로는 커브도 있으니 가위바위보 싸움이 쉽지는 않다.
올해 성적에서도 이 위력을 잘 드러나고 있다. 올해 25경기에서 25⅔이닝을 던지며 4승1패9세이브 평균자책점 1.05를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은 0.207,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0.90이라는 좋은 수치다. 24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4개, 탈삼진/볼넷 비율도 6.0으로 대단히 안정감이 있다. 25경기 중 무려 17경기를 인천에서 뛰고 낸 성적이라는 점은 부각되어야 마땅하다. 올 시즌 최고 마무리에 당당히 도전할 선수가 나타났다. 아무나 못 따라하는 '15구 올직구' 승부는 그 출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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