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마포역 구간을 지나던 열차 안에서 한 60대 남성이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했다. 시민들이 선로로 탈출하는 모습./사진=뉴시스(독자 제공) |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지만 시민들이 신속하게 대처하고 대피해 화를 면했다.
31일 오전 8시43분쯤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마포역 구간을 지나던 열차 안에서 한 60대 남성이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했다. 열차엔 승객 400여명이 타고 있었다.
자칫 22년 전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처럼 인명피해가 커질 뻔 했지만 시민들이 직접 열차 문을 열고 터널 속 선로로 탈출하면서 경상자만 나왔다.
열차 출입문을 수동으로 열고 탈출을 도운 시민 신은철씨(53)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열차 첫 칸에 타고 있었다. 신씨는 "사람들이 갑자기 앞쪽 칸으로 우르르 몰려와 칼부림이 난 줄 알았는데 천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냄새가 나서 불이 난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승객들은 기관실 쪽을 향해 불이 났다고 외치며 문을 두드렸다. 곧이어 열차가 멈췄지만 특별한 안내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문 앞에 있던 승객들이 직접 움직였다. 그는 "한 승객이 수동 해제 장치를 돌렸고 내가 문을 직접 열었다"며 "그 문으로 승객들이 선로로 나와 마포역 방향으로 뛰었다"고 했다.
신씨는 "연기가 점점 내려왔고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빨리 탈출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며 "공포감이 점점 커지는 데다 안내가 없어 혼선이 컸다"고 했다.
이날 사고로 대피하던 승객 21명이 연기 흡입, 발목 골절 등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 130명은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았다. 다만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는 열차 내 소화기로 기관사와 승객들이 자체 진화했다. 소방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불길이 대부분 잡힌 상태였다. 불은 오전 10시24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방화 용의자는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범행 후 선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들것에 실려 나왔는데 손에 묻은 그을음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혐의를 추궁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현장에서는 점화기 등 방화 도구로 추정되는 물품이 수거됐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