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로에베 공예상 최종 수상작. 일본 쿠니마사 아오키의 'Realm of Living Things 19'(2024). terracotta, 400 × 400 × 870 mm./로에베 재단 제공 |
“올해 여덟 번째로 개최되는 재단 공예상을 맞이하는 지금, 매년 경이로운 창의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장인 정신의 정수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 감동을 받습니다. 매년 우리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공예를 만날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상의 진정한 마법이 아닐까 합니다. 공예의 생명력을 이어 가는 데 로에베 재단 공예상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쉴라 로에베(Sheila Loewe)·로에베 재단 회장
2025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의 수상자로 일본 작가 쿠니마사 아오키(62)의 ‘Realm of Living Things 19’(2024년)이 29일(현지시각) 선정됐다. 상금 5만유로(약 7852만원). 마치 일그러진 듯 보이는 쿠니마사 아오키의 테라코타 조각은 클레이에 힘을 가했을 때 변형되고 균열이 생기는 방식을 탐구한 작품이다.
2025 로에베 공예상 최종 수상자. 일본의 쿠니마사 아오키./로에베 재단 제공 |
혁신적인 제작 기법과 시간, 중력, 압력의 효과를 활용한 작품은 여러 층의 클레이를 쌓고 압축한 후 가마에서 훈연하고 흙과 연필 자국으로장식 디테일을 더해 완성됐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2016년 현대 장인 기술의 탁월함, 예술적 가치, 그리고 혁신을 기념하기 위해 스페인 로에베 재단에서 제정한 상이다. 로에베는 이 상을 통해 현대 문화 속 공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미래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혁신을 이뤄낼 재능과 비전, 의지를 지닌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자 한다. 공예상은 또한 1846년 가죽 공방으로 시작된 로에베의 유서 깊은 역사를 기념하기도 한다.
이번 공예상은 전 세계 133개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장인들이 출품한 4600점이 넘는 작품 중 전문가 심사위원들이 최종 후보 30인의 작품을 선정했고, 이 중에서 아오키의 작품이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단 12인은 전 세계 디자인, 건축, 저널리즘, 비평, 미술관 큐레이션 분야를 대표하는 이들로 구성됐으며, 건축가 겸 산업 디자이너인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파리 루브르 박물관 장식 예술 부문 디렉터인 올리비에 가베, 중국 최초로 지난 2012년 건축가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왕슈, 도예가 막달레나 오둔도, 에세이스트 겸 건축가인 프리다 에스코베도 등이 포함됐다.
18개 국가 및 지역을 대표하는 최종 후보들은 도자기, 목공예, 직물, 가구, 종이, 유리, 금속, 주얼리, 래커를 포함한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아티스트로 구성됐다. 주로 전통적인 공예기법을 혁신적으로 변형하거나 재해석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바구니 세공이 클레이로 전환되거나, 방직기를 활용한 직조가 금속으로 전환되는 등 고대 공예의 전통적인 매체가 새로운 소재로 재탄생했다.
또 구전 전통, 의식, 여러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장인 정신을 담아 공예 유산에 경의를 표하는 작품들도 포함됐다. 일부 아티스트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여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독특한 조각 형태를 제시했고, 새롭게 선보이는 일부 작품들은 기발하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또 다른 작품들은 표면을 섬세하게 처리하여 작가의 손길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심사위원단은 기술적 완성도, 장인정신, 혁신성, 예술적 비전 측면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 최종 우승작을 뽑았다. 심사위원단은 쿠니마사 아오키의 작품이 고대 코일링 기법을 진솔하게 표현했으며, 마감 처리하지 않은 날것의 상태로 재료의 본질을 드러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심사위원단 측은 “작품 표면에 형성된 정교한 디테일은 마치 테라코타 코일이 압축되며 만들어낸 ‘작은 우주’처럼 느껴진다”며 “소성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는 이와 같은 조각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작가의 인내심과 헌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이와 함께 2명의 특별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나이지리아 작가 니페미 마커스 벨로(37)가 ‘TM Bench with Bowl’(2023)로 이름을 올렸다. 그의 작품은 자동차 산업에서 재활용된 알루미늄을 사용하여 무역, 세계화, 권력의 역학 관계라는 아이디어를 탐구한다. 심사위원단은 단순한 소재와 기하학적인 형태의 작품이 소비주의에 대한 조용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2025 로에베 공예상 특별상. 나이지리아의 니페미 마커스 벨로 'TM Bench with Bowl'. recycled aluminium, 510 × 1120 × 400 mm. 2023/로에베 재단 제공 |
2025 로에베 공예상 특별상 수상자. 나이지리아의 니페미 마커스 벨로/로에베 재단 제공 |
인도의 수막쉬 싱 스튜디오의 ‘Monument’(2024년)으로 특별상을 수상했다. 델리에 있는 12세기의 콜로네이드 기둥을 실물 크기로 재구성한 작품은 코퍼 소재의 자리(Zari)를 물에 녹는 패브릭에 실로 연결한 다음, 이를 녹여 실만 남기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심사위원단은 작품의 강한 존재감과 섬세한 구조가 이루는 서정적인 대비에 주목하며, 시간이 흐르고 기념비가 쇠퇴하는 와중에도 문화적인 회복력과 기억력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주제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고 평했다.
2025 로에베 공예상 특별상 수상작. 인도 수막쉬 싱 스튜디오의 'Monument'. copper and nylon, 10 × 500 × 2640 mm. 2024. /로에베 재단 제공 |
2025 로에베 공예상 특별상 수상자. 인도 수막쉬 싱 스튜디오 일원. /로에베 재단 제공 |
우승작과 특별상을 포함 최종 후보 30인의 작품은 지난 30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의 티센- 보르네미사 국립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온라인으로도 감상할 수 있으며, 전시 카탈로그에 기록될 예정이다.
2025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로에베 재단 제공 |
2025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로에베 재단 제공 |
2025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로에베 재단 제공 |
2025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로에베 재단 제공 |
2025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로에베 재단 제공 |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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