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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⑩웃음소리 없는 폐교 위기 학교…지역 소멸 앞두고 주민들 '한숨'

아시아경제 공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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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중·고교 가운데 13.4% 폐교 위기
주민들 "교통 안 좋아 젊은이 더 줄어들 것"
폐교 유관 부처 대책 마련 시급
편집자주"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나이지리아의 유명한 속담이다. 하지만 문장 구조를 거꾸로 배치해도 말이 된다. 마을을 유지하려면 아이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마을들이 그러하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마을들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사람이 다니지 않으면서 낙후되고 컴컴하고 적막 속에 빠졌다. 방치된 폐교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직접 살피고자 한다.
지난 28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개화초등학교 앞은 사람보다 차가 더 많이 다녔다. 차들은 개화초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학교에는 분명 학생들이 있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나 떠드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개화초의 전체 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78명으로 서울에서 가장 적다.

정모씨(70·남)는 개화초 인근에서만 20년간 식당을 운영하면서 이곳의 흥망성쇠를 목격했다. 사람이 사라진 동네를 떠나기 위해 5년 전 가게를 내놨지만 잘 되지 않았다. 식당 바로 위층 태권도장에는 과거 학생이 바글바글했지만 이제 20명도 채 안 다닌다고 한다. 그는 "예전 매출과 비교하면 5분의1로 줄어든 수준"이라며 "현상 유지조차 안 된다. 갈수록 학생이 줄어 이 마을도 사라질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방문한 서울 강서구 방화동 개화초등학교. 학생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타 초등학교와 달리 고요하다. 공병선 기자

지난 28일 방문한 서울 강서구 방화동 개화초등학교. 학생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타 초등학교와 달리 고요하다. 공병선 기자


학생 수가 줄면서 인구가 빠져나가자 인근 주민들은 폐교를 우려하고 있다. 폐교가 확정될 경우 지역 소멸로 이어져 사실상 상인들의 경제 활동은 불가능해진다. 폐교 위기 학교에 범부처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서울시교육청의 지난해 하반기 교육통계 학교현황에 따르면 초등학교 72개, 중학교 76개, 고등학교 28개 등 총 176곳이 소규모 학교로 분류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전교생 수를 기준으로 초등학교 240명 이하, 중·고등학교 300명 이하인 경우 소규모 학교로 분류하는데, 휴교를 제외한 서울 지역 전체 초·중·고교 1310개 가운데 13.4%가 폐교 위기에 처한 셈이다. 교육당국은 도시지역 내 전교생 수 240명 이하 초등학교 및 300명 이하 중·고등학교를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폐교 위기 학교가 속출하는 가장 큰 원인은 학령인구(6~21세) 감소다. 2000년 234만명에 달하던 학령인구는 2010년 183만명, 2020년 126만5000명으로 줄었다. 향후 학생 수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약 631만명이던 5~19세 인구는 2030년 526만명으로 감소한다. 2040년에는 377만명, 2050년 396만명, 2060년 338만명 등 300만명대에서 못 벗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서울에서는 더 많은 폐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의 '2025∼2029학년도 초등학교 배치계획'에 따르면 2029년 소규모 초등학교 수는 127개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55개 늘어난다. 서울시교육청은 "저출산 지속으로 매년 약 1만5000명~1만9000명 정도 학생 수 감소를 전망한다"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초등학교 학급 수도 매년 약 500학급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2027년 폐교 예정으로 분류된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경서중학교는 올해 1학기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았다. 6개 학교(공진중학교, 염강초등학교, 화양초등학교, 덕수고등학교, 성수고등학교, 도봉고등학교)에 이은 7번째 서울 내 폐교가 될 예정이다. 지난해 경서중의 신입생 수는 27명에 불과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경서중 관련 폐교 활용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며 "활용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만 밝혔다.

지난 28일 방문한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개화초등학교 인근 식당과 태권도장. 현재 사람이 없어 장사가 안 되는 상황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씨(70·남)는 장사를 접기 위해 5년 전 가게를 내놓았지만 나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공병선 기자

지난 28일 방문한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개화초등학교 인근 식당과 태권도장. 현재 사람이 없어 장사가 안 되는 상황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씨(70·남)는 장사를 접기 위해 5년 전 가게를 내놓았지만 나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공병선 기자


문 닫을 위기에 처한 학교 주변 주민들은 불안함을 호소했다. 폐교와 더불어 마을도 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섭씨(73·남)는 급속히 발전한 개화초 인근 지역이 소멸할 일만 남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예전에는 이쪽 땅이 전부 논밭이었는데 이제는 강서구가 서울에서도 손꼽히게 인구가 많은 지역이 됐다"면서도 "마곡 지구로 젊은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이곳에는 늙은 사람만 남았다. 여기는 교통도 안 좋아 젊은 사람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마곡 지구도 입학하는 학생이 줄고 있다고 한다. 계속해서 사람이 없어지는 일만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속출하게 될 폐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폐교가 우후죽순 생기는 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인데 교육당국의 정책은 현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교육당국뿐만 아니라 복지, 문화 등 유관 부처들이 모두 참여해 미래 중심적인 대책을 세워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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