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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사러 백화점 오픈런… 음식물 쓰레기 안 나온다고?

조선일보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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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수박 커팅’에 눈뜬 사람들
백화점과 대형마트, 과일 상점 등에서 고객이 산 수박을 손질해 밀폐용기 등에 나눠 담아주는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다. /X

백화점과 대형마트, 과일 상점 등에서 고객이 산 수박을 손질해 밀폐용기 등에 나눠 담아주는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다. /X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30대 워킹맘 이모씨는 여름이면 주말 아침마다 인근 백화점에 ‘오픈런’을 한다. 명품 오픈런이 아니다. 수박을 사기 위해서다.

무거운 수박을, 그것도 시장이나 마트보다 비싸게 파는 백화점에서 사 들고 오는 이유는 바로 ‘수박 커팅’ 서비스 때문. 식품관 한편 서비스 코너에 직접 고른 수박을 구매 영수증과 함께 건네주면, 잘 씻어 껍질을 도려내고 과육만 원하는 크기로 썰어 플라스틱 밀폐 용기에 담아준다. 용기를 가져가면 별도 요금을 받지 않는다. 7~8kg짜리 수박은 용기 서너 개에 차곡차곡 나눠 들어간다. 무게도 부피도 절반으로 확 줄어든다.

이씨는 “수박은 무거운 데다 해체하려면 칼질도 힘들다. 무엇보다 음식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 여름철 ‘음쓰’는 질색이다. 그게 무서워 수박 먹기를 포기할 정도”라며 “그 불편을 일거에 해결해주니 수박 값을 더 내더라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수박 커팅은 무조건 옳다’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다.

수박 커팅엔 대학생과 2030 직장인 등 1인 가구도 몰린다. 신촌의 외국 유학생 R씨는 “한국 수박이 아주 맛있지만, 자취하는 원룸의 냉장고가 작고 큰 칼도 없다”며 친구들끼리 돌아가며 잘린 수박을 사와 나눠 먹는 ‘수박계’를 한다고 했다.

서울 시내 백화점 지하 식품관의 서비스 코너 직원들이 고객이 산 통수박을 손질해주고 있다. 수박은 거의 절반이 껍질. 음식쓰레기를 극도로 꺼리는 소비자들은 수박 값을 더 내더라도 껍질을 대신 처리해주는 쪽을 원한다./현대백화점

서울 시내 백화점 지하 식품관의 서비스 코너 직원들이 고객이 산 통수박을 손질해주고 있다. 수박은 거의 절반이 껍질. 음식쓰레기를 극도로 꺼리는 소비자들은 수박 값을 더 내더라도 껍질을 대신 처리해주는 쪽을 원한다./현대백화점


막 오른 수박철, 수박 커팅해주는 매장은 엄청나게 붐빈다. 주말 아침 ‘수박 오픈런’을 하면 1~2시간, 늦으면 3~4시간씩 기다린다. 오후 3시쯤이면 당일 처리할 수 있는 수박 물량이 차 접수가 마감된다. 지역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지금 △△백화점 수박 웨이팅 몇 시간 걸리나요?” “오늘 수박 커팅 벌써 마감됐네요” 같은 실시간 정보가 오간다.

백화점 식품관에서 선착순 대기 번호를 받고 메신저로 ‘작업 완료’ 알림이 올 때까지, 고객들은 다른 층의 팝업 스토어와 일반 매장을 구경하거나 점심을 해결하며 기다린다. 온라인 쇼핑 시대에 오프라인 백화점이 수박으로 고객을 붙잡아 두는 것이다.


4년 전 모 백화점 일부 지점에 처음 등장한 수박 커팅은 소문이 나자 다른 지점으로 확대됐다. 다른 백화점과 대형 마트는 물론 동네 과일 가게도 속속 수박 커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망고·아보카도처럼 손질이 까다롭거나 자몽·멜론 등 껍질 두꺼운 과일도 커팅·소포장 서비스가 있지만, 여름철 수박 커팅의 수요는 압도적이다. 편의점에도 ‘수박 도시락’ ‘순살 수박’ 같은 소포장 수박 상품이 나왔다. 경쟁이 붙자 일부 과일 상점은 “백화점·마트보다 더 정성스럽게, 보이는 씨까지 다 발라드린다”고 ‘음쓰 제로’를 공약하기도 한다.

가정에서 자른 수박 단면에 랩을 덮어 냉장고에 넣어 며칠씩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자른 단면의 세균수가 수천배 늘어나기 때문에, 이 단면을 잘라내고 먹거나 처음부터 과육만 손질해 밀폐용기에 담아두는 게 위생상 낫다고. /인터넷 커뮤니티

가정에서 자른 수박 단면에 랩을 덮어 냉장고에 넣어 며칠씩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자른 단면의 세균수가 수천배 늘어나기 때문에, 이 단면을 잘라내고 먹거나 처음부터 과육만 손질해 밀폐용기에 담아두는 게 위생상 낫다고. /인터넷 커뮤니티


통째 산 수박을 보관할 땐 자른 단면에만 비닐 랩을 씌워 냉장고에 넣어 놓는 경우가 많다. 일부 마트에서도 수박 반 통이나 4분의 1통을 랩 포장해 판매한다.


한국소비자원의 실험에선 랩을 씌워 일주일간 보관한 수박 단면의 세균 수는 처음보다 3000배 이상 증식했다. 반면 껍질을 도려내고 깍둑썰기해 밀폐 용기에 보관한 수박은 같은 기간 세균이 3~4배만 증가했다. 썰어 놓은 수박은 신선도와 당도가 급속히 떨어지니 빨리 먹는 게 좋다고.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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