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야산에 훈련 중이던 해군 P-3 해상초계기가 지상으로 추락하는 모습. (해군 제공) |
29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P-3C 해상 초계기 추락 사고를 조사 중인 해군이 사고 원인 파악의 핵심 열쇠가 될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현장에서 확보해 분석에 나섰다. 사고기 조종사는 추락 1분 전까지도 관제탑과 정상적인 교신을 한 것으로 확인돼 1분 사이에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군은 30일 사고 현장에서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음성녹음저장장치에는 조종사 등 승무원들의 기내 통화 내용과 항공기외 통화 내용 등이 녹음돼 있어 추락 직전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는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기 조종사는 추락 1분 전인 29일 오후 1시 48분 관제탑과 교신했는데 비상 상황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고 해군은 전했다.
다만 사고 원인을 풀어줄 또 다른 핵심 열쇠인 비행정보저장장치(블랙박스)는 장착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행정보저장장치는 비행기의 자세, 방향, 속도 등 비행 세부 정보들이 저장돼 추락 직전 상황을 알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군용 항공기 관련 법률에는 비행정보저장장치를 해군 초계기에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다만 사고기의 경우 올해 말까지 이 장치를 장착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해군이 이날 공개한 포항기지 내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사고기는 정상적으로 이륙해 천천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던 중 불과 10여 초 만에 갑작스럽게 땅으로 곤두박질치듯 추락했다. 약 270미터 상공에서 갑자기 추진력을 잃은 듯 수직으로 급강하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
사고기의 기체 정비 등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기종은 1966년 미국에 생산됐지만 우리 해군은 이를 사실상 새 기체로 바꾸는 개량 작업을 통해 2010년 7월 이를 도입했다. 동체를 부품 단위까지 해체한 뒤 다시 조립하는 ‘창정비’는 2021년 8월까지 진행했다. 해군 관계자는 “올해 정비도 야전 정비는 2월에, 부대 정비는 4, 5월 진행했다”고 말했다.
군 항공사고 조사관들이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야산에 추락한 해군 대잠 해상초계기 사고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5.5.30. 뉴스1 |
사고기가 2030년 퇴역을 앞두고 있던 만큼 노후화로 인한 기체 결함 등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군은 “사고기는 총 1만5000시간 비행시간이 보장돼 있는데, 현재까지 비행시간은 6800여 시간으로 절반이 안 되게 운영됐다”고 반박했다.
한편 해군은 이번 사고로 순직한 장병이 정조종사 박진우 소령, 부조종사 이태훈 대위, 전술사 윤동규 강신원 중사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들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하고 1계급 진급을 추서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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