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은 29일까지 시즌 27경기에 나가 27이닝을 던지며 2승1패6홀드 평균자책점 0.67을 기록 중이다. 당초 필승조와 추격조 사이에 애매하게 걸쳐 있었던 선수지만, 이제는 엄연한 필승조로 팀 불펜을 이끄는 중이다. 선발 투수가 내려갔을 때 SSG가 이기고 있거나 접전이라면 벤치는 이로운을 호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벤치의 신뢰가 깊다는 의미다.
사실 지난 2년은 시련이 있었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2023년 SSG의 1라운드(전체 5순위) 지명을 받은 이로운은 데뷔 시즌부터 많은 경기에 나가며 큰 기대를 모았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이 묵직하게 깔려 들어가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고, 고교 시절에는 선발로 뛰었던 만큼 스태미너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한 시기가 많았다. 2023년 5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62, 그리고 지난해에도 63경기에 나갔지만 평균자책점은 5.59에 그쳤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셈이었다.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편차가 컸다. 여기에 좌·우 타자 편차도 있었다.
오프시즌 오키나와에서 선배 김광현이 주도한 캠프에 참가해 슬라이더에 대한 조언을 듣고, 또 집중적으로 연마한 이로운은 올해 다른 레퍼토리를 보여주는 선수가 됐다. 지난해 이로운의 구종별 구사 비율을 보면 패스트볼이 60%가 넘었고, 체인지업이 23% 수준이었다.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지기는 하는데 완성도가 높지 않아 두 구종에 의존하는 사실상 투피치 투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패스트볼 비중(46.7%)이 50% 이하로 내려오고, 체인지업 비중을 유지한 채로 슬라이더(21.8%)와 커브(7.3%) 비중을 높이면서 타자들의 머릿속을 흔들고 있다. 그동안 잘 안 보이던 슬라이더가 갑자기 들어오니 다른 구종이 사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손 장난을 치는 건 아니다. 여전히 150㎞가 넘는 패스트볼을 중요한 순간 결정구로 활용한다. 그래서 주자가 있을 때 대단히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올해 이로운은 득점권 상황 피안타율이 0.171에 불과하다. 지난 2년의 경험에 노력이 쌓인 결과다. 한결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이숭용 SSG 감독은 “마운드에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굉장히 높아졌다. 본인이 만들어낸 구종을 자신있게 던지고 있고, 그러니까 다른 구종도 다 같이 산다. 본인이 노력한 결과인 것 같아서 감독으로서는 굉장히 고맙고 뿌듯하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이로운은 슬라이더 완성도에 대해 “아직 50%”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 만족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우타자 상대할 때 편하고, 요즘은 좌타자에게도 던지니까 좋은 것 같다”면서 “어차피 내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라고 생각을 한다. 슬라이더는 타자들한테 ‘이것도 있다’는 생각을 줘 한쪽으로 치우치지 못하게 만드는 용도로 하자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이로운은 이에 대해 “달라질 겁니다”라고 가벼운 미소를 짓더니 “딱히 힘든 건 못 느낀다. 잘해야 될 때라고 생각해서 더 악착같이 하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한 번 붙어보겠다는 자신감은 있다. 이로운은 “밸런스도 더 좋은 것 같고, 제구도 더 좋아졌다. 작년에도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가고, 볼넷으로 주자를 쌓고 빵 맞아서 그렇지 공이 안 좋은 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그것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 각오가 SSG 불펜을 끝까지 지탱하는 원동력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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