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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출주도 성장공식 무너져…위기인식·정책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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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낮췄다. 3개월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난 수치다. 성장률이 0%대에 머문 건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다섯 차례뿐이다. 한은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원만히 이뤄진다 해도 성장률은 0.9%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외부 충격이 아닌 구조적 침체의 신호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성장률 낙폭의 가장 큰 원인은 건설 경기 부진이다. 한은은 하향 조정 폭(0.7%포인트) 중 절반 이상인 0.4%포인트가 건설 투자 감소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각종 안전사고 여파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민간 건설 수요가 급감한 결과다. 이창용 총재는 “건설 투자 감소만 없었어도 성장률은 1.7%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건설 투자는 -6.1% 역성장이 예상된다. 실제 1분기 건설 수주는 전년 대비 29% 줄었고, 건설 일자리도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한은은 올해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를 0%로 전망했다. 수출이 작년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한다는 의미다. 특히 대미 수출은 5월 들어 14.6%나 급감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주력 산업 대부분이 중국에 밀려 예전 같은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통상 갈등으로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수출이 동시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내년에는 수출 기여도가 -0.3%포인트로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수출로 번 돈으로 내수를 키워왔던 한국 경제의 ‘성장 공식’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런 침체 국면에선 금리 인하만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렵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낮추고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지만, 내수와 수출이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자칫 유동성만 늘어 부동산과 자산시장만 다시 과열될 수도 있다.

새 정부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장엔진이 멈춘 지 오래됐지만, 그동안 정권 누구도 책임 있게 나서 근본 처방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제조 굴기’를 내세워 정부가 일관되게 전폭적으로 지원한 결과, 대부분의 산업 영역에서 한국을 추월했다. 반면 한국은 신산업 육성은 커녕 오락가락하는 정책과 과잉 규제로 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기업이 제조시설을 해외로 이전할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기업 활력을 살리는 규제 철폐, 인재 양성,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 개혁 없이 복합위기를 넘기기 어렵다. 벼랑 끝 경제를 살릴 제대로 된 청사진이 당장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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