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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러 갔다 울고 나왔다...발달장애인에겐 어려운 '한 표'

MHN스포츠 조민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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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조민서 인턴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됐지만, 발달장애 유권자들은 여전히 '투표 보조'를 받지 못하거나 공약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표소를 나서야 했다.

지난 29일 시작된 사전투표에서 발달장애인들은 신분 확인, 기표, 용지 접기 등 기본적인 절차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며, 선거관리위원회 지침에 따라 투표 보조를 거절당한 사례도 속출했다.

"혼자 들어가라는 말에 백지로 나왔어요" - 발달장애인의 어려운 한 표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보건소 앞. 발달장애인 박경인(31) 씨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현장에서는 "보조는 시각 또는 신체장애인만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혼자 기표소에 들어간 박 씨는 "이름만 적힌 투표용지에서 내가 생각한 후보를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은 시각 또는 신체장애가 있는 경우에만 가족 또는 지명 보조인의 도움을 허용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법령에 명시돼 있지 않아, 보조인 동행은 투표소 재량에 맡겨진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민센터에선 투표 보조를 요청한 발달장애인 강수미(27) 씨가 주변의 수군거림 속에 기표소에 홀로 들어갔고, 투표를 마친 뒤엔 "어떻게 접어야 하냐"는 질문을 반복해야 했다. 사직동 투표소에서는 보조 거절에 투표를 포기한 사례도 보고됐다.


"기표소까지 갔지만 기표는 못 했어요" - 지침 바뀌고도 현실은 제자리

2020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기존 지침에서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를 제외하며 논란을 불렀다. 이후 장애인단체의 소송 제기에 따라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은 "정당 로고와 후보자 사진이 포함된 그림투표용지를 제공하라"고 판결했으나, 선관위는 이에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발달장애인 투표용지 보장 차별구제청구소송 탄원서 전시 및 제출 기자회견

발달장애인 투표용지 보장 차별구제청구소송 탄원서 전시 및 제출 기자회견


한편 종로구보건소에서는 선관위와 활동보조인이 함께 동행해 기표에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연구소장은 "지침과 현장 대응이 제각각이어서 당사자들의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공약은 있으나, '참정권 보장'은 없다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장애인 정책을 제시했지만, 장애인의 투표권을 직접 다룬 공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24시간 돌봄체계 구축을 제시하며,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 맞춤형 지원을 약속했다.


김문수(국민의힘) 후보는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장애인 가족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한 원스톱 센터 구축과 소득공제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권영국(민주노동당) 후보는 활동보조인 2인 1조 도입, 활동지원사 월급제, 탈시설 지원 등 실질적 자립지원 대책을 강조했다.

이준석(개혁신당) 후보는 장애인 관련 정책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각 후보들은 장애인을 위한 복지 공약을 제시했지만, 투표조차 어렵게 만드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약속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는 복지는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 법이 막고 있다"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 참정권은 헌법에 보장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침과 제도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관위는 법 개정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투표보조 지침을 다시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의 참정권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닌,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누군가는 사진 하나, 설명 한 줄이 부족해 투표를 포기하고, 누군가는 작은 도장을 찍기 위해 온몸을 긴장시켜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는 사람만 하라'는 기준이 아니라, 누구나 투표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적 책임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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