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차량이 합동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오전 3시께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서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 중 기계에 상반신이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연합뉴스 |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산업 안전 관리 부실이 기업의 평판은 물론 공급망 사슬에도 타격을 주며 본원적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찌감치 있었다. 최근 국내 제빵업계 1위인 에스피씨(SPC)에서 산업재해가 재발하면서 이같은 경영 타격이 여실히 확인되고 있다.
2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다이닝브랜즈그룹(전 bhc그룹)이 운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최근 식전빵 메뉴인 ‘부시맨 브레드’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회사 쪽은 한겨레에 “부시맨 브레드는 에스피씨삼립 시화공장에서 납품받는데, 해당 공장 가동이 최근 중단됐다. 대체품을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 19일 에스피씨삼립은 ‘중대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 안전 점검’을 이유로 시화생산센터 가동을 중단했다. 이 사고에 따라 곤란을 겪는 업체는 아웃백스테이크 뿐만이 아니다. 햄버거 빵을 납품받는 롯데리아·맘스터치·버거킹·케이에프씨(KFC) 사정도 엇비슷하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빵 공급이 끊기면서 재고가 떨어진 점포에 대체 빵을 공급하느라 지난 주말 내내 직원들이 출근해 움직여야 했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들은 제품의 핵심 재료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선을 분산하거나 바꾸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재고와 물량 배분 등을 통해 버티고 있지만 공급 중단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 업체들은 소비자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다른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산재 사고가 반복돼도 대체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에스피씨와 관계를 맺은 기업들의 이미지 타격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에스피씨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에스피씨 계열 회사들이 국내 빵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독과점에 가깝게 높아 의존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대체 공급선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셈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2023년 기준 빵류 제조업체 매출 상위 10곳 중 에스피씨 계열사 5곳의 매출은 4조3510억원으로 전체 10곳 매출(4조7851억원)의 90%를 차지한다.
반복되는 산업 재해는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태현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2년과 2023년 에스피씨 계열사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에스피씨삼립의 6개월 주가 변동률도 -6.0%, -13.1%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부상 및 사망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때마다 투자 심리 위축이 동반됐다”면서 “이에스지(ESG,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리스크가 기업 가치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에스피씨 뿐만 아니라 공급망이 연계된 업체들도 이에스지 평가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앞서 나이키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아동노동 문제가 불거지면서 불매 운동과 브랜드 이미지 저하 등의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에스지 관리 영역이 공급망 전체로 확대된 것이다. 이에스지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안전사고로 인해 결국 납품 차질을 빚게 되고, 에스피씨 뿐만 아니라 관계 업체의 매출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라며 “원자재 공급 업체를 선정할 때도 해당 기업이 이에스지 가치를 제대로 지키는지 중요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