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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금융감독체계 개편, 굳이 지금 해야 한다면

머니투데이 김진형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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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하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으로 재점화됐다. 이 후보는 28일 "해외 금융은 기획재정부가 하고, 국내 금융 정책은 금융위가 하고, 금융위가 감독 업무도 하고 정책 업무도 하고 뒤섞여 있어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후보가 직접 공약한 이상 그가 당선될 경우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그냥 묻어버리긴 어려운 이슈가 됐다.

지금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체계가 만들어진 것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이다.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모두 담당하고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의 위임을 받아 실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대선 때마다 이 시스템이 맞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고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빠짐없이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엔 구체적인 논의까지 진행됐지만 끝을 보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론 '굳이, 지금, 꼭' 금융감독체계를 수술대에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현재 한국의 금융감독체계가 전세계적으로 볼때 일반적인 모양새가 아닌 것은 맞다. 견제와 균형이 필요한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한 곳에서 모두 담당하는 것은 '엑셀과 브레이크를 하나로 묶어 놓은 것'이란 지적도 일견 타당하다. 금융산업정책 때문에 소비자보호에 실패한 사례도 있었다.

그래서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현실에선 둘의 구분이 그렇게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둘이 꼭 충돌하는 것도 아니다.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않으면 소비자보호도 어렵다. 조화가 필요하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하나로 묶어 놓은 것도 비정상이지만 엑셀과 브레이크를 다른 운전자가 밟는 것도 이상하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을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강화될 수 있지만 반대로 권한의 중복, 책임소재의 불명확, 금융회사의 과도한 검사 부담 등도 무시할 수 없다. 검사권 확대를 요구해온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까지 가세하면 금융권 시어머니는 둘을 넘어 넷이 될 수도 있다.

비상계엄 사태와 전세계적인 관세 전쟁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고 어느 때보다 안정적 금융시장 관리가 중요한 시점에 금융당국의 거버넌스를 흔들어야 하는지도 고민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굳이, 지금, 꼭 해야 한다면 몇가지는 유념했으면 한다.

우선 기획재정부의 수술을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기회로 삼으려는 시도다.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정부 조직 개편을 하겠다니 이참에 금융감독체계 개편도 끼워넣으려는 접근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금융시장의 안정과 소비자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면 이런 식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목표는 '시장 발전과 소비자보호 강화의 조화'이지 감독체계 개편 그 자체에 있지 않다.

또 하나는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는 개편이다. 지난 1일 14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모여 개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토론회는 실망스러웠다. 발제자, 토론자로 나온 이들은 10년도 더 지난 2013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당시의 성명서를 다시 읽었다. 그들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제시한 영국, 호주의 시스템도 도입된지 한참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그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해 왔는지, 감독실패 사례는 없었는지,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은 무엇인지, 우리 시장과 감독시스템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 진일보한 토론을 기대했지만 그런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목표가 '모피아(재무부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해체'라는 주장은 황당했다. 재무부가 기재부로 바뀌고 금융정책이 금융위로 넘어간게 언젠데 아직도 모피아 타령이다. 모피아가 한국 금융을 망치고 있다는게 전제이니 결론은 그들에게서 권한을 뺏는 것 밖에 없다. 권한을 관료가 아닌 금감원에게 주면 금융감독시스템은 개혁되고 선진화되는가. 최근 만난 금감원 출신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금감원도 관료화된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시스템 개편이 권력을 누구에게 줄 것이냐의 초점이 맞춰지면 밥그릇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진형 금융부장

김진형 금융부장



김진형 금융부장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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