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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와 무히카, 인류세 극복할 삶의 가치를 말하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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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호세 무히카(왼쪽)와 노엄 촘스키가 무히카의 30년 된 자동차 폴크스바겐 비틀(1987년식)을 사이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시대의창 제공

2017년 7월 호세 무히카(왼쪽)와 노엄 촘스키가 무히카의 30년 된 자동차 폴크스바겐 비틀(1987년식)을 사이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시대의창 제공


2017년 7월 15일, 미국의 실천적 지식인 노엄 촘스키(당시 89살, 매사추세츠 공대 명예교수)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란 별칭이 붙은 호세 무히카(당시 82살, 재임 2010~2015년)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만났다.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의 외곽, 너른 텃밭이 있는 무히카의 소박한 농가 자택에서였다. 서로 존경심을 품고 있었던 북미의 석학과 남미의 정치인이 실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멕시코 출신 사회활동가 사울 알비드레스 루이스(당시 29살)가 대담 다큐멘터리를 기획해 만남을 주선했다. 두 어른은 생면부지 밀레니얼 세대 청년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대통령 재임 중에도 자신을 ‘농부’로 여겼던 무히카는 지난 5월 13일 90살을 일기로 타계했다.



촘스키와 무히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l 사울 알비드레스 지음, 최사라 옮김, 시대의창, 2만원

촘스키와 무히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l 사울 알비드레스 지음, 최사라 옮김, 시대의창, 2만원


‘촘스키와 무히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는 두 사람이 주말 사흘을 함께 지내며 나눈 이야기와 촘스키의 현지 대중강연을 담은 책이다. 책의 원제(Sobreviviendo al siglo XXI) 그대로 ‘21세기의 생존에 대하여’ 주고받은 대화는 현시대 인류가 당면한 다양한 도전을 망라한다. 책은 크게 ‘우리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현재 진단)와 ‘21세기를 위한 가치’(미래 과제)로 짜였다. 앞(현재)에선 두 사람의 자기소개와 상대방 소개를 시작으로, 인류의 생존 전망, 기술혁신과 혼란, 신자유주의와 네오파시즘, 테러/마약과의 전쟁,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의 현주소 등을 논했다. 뒤(미래)에선 사랑과 생명, 행복과 자유, 공동체와 연대, 민주주의와 자치, 정치인과 지식인의 역할 등 지속가능한 21세기의 생존법에 대한 지혜와 통찰을 모색한다.



2017년 7월, 호세 무히카(오른쪽 두번째)가 노엄 촘스키(맨 왼쪽)에게 남미 혁명가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에서 체포돼 암살당할 당시 지니고 있던 일기의 사본을 선물하고 있다. 시대의창 제공

2017년 7월, 호세 무히카(오른쪽 두번째)가 노엄 촘스키(맨 왼쪽)에게 남미 혁명가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에서 체포돼 암살당할 당시 지니고 있던 일기의 사본을 선물하고 있다. 시대의창 제공




2012년 5월, 멕시코 대선을 앞두고 멕시코시티 거리에서 공정한 언론과 정치개혁을 요구한 ‘Yo Soy 132’ 시위 행진. 호세 무히카와 노엄 촘스키의 만남을 책과 다큐멘터리로 기록한 사울 알비드레스는 대학생과 청년이 주축이 된 ‘Yo Soy 132’의 창설자였다. 시대의창 제공

2012년 5월, 멕시코 대선을 앞두고 멕시코시티 거리에서 공정한 언론과 정치개혁을 요구한 ‘Yo Soy 132’ 시위 행진. 호세 무히카와 노엄 촘스키의 만남을 책과 다큐멘터리로 기록한 사울 알비드레스는 대학생과 청년이 주축이 된 ‘Yo Soy 132’의 창설자였다. 시대의창 제공


촘스키는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과제로 핵 위협과 환경 재앙을 꼽고 “이 종말적 재앙에 대한 최선의 방어는, 정보를 가지고 참여하는 시민들이 모여 제대로 기능하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히카도 “시장이익에 종속된 정치의 위기”와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명을 보호하는 데 지식을 사용하지 않는(…) 관료적 평온함과 세상의 침묵”을 질타한다.



무히카는 “우리 문명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일신론적 세계관이 작동해(…) 인간을 살아 있는 자연의 정점에 올려놨고, 그 결과 우리는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권리가 있다’고 착각한다.(…) 우리는 모든 게 인간에게 달렸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벌이는 짓은 야만적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촘스키는 “원주민 사회들, 특히 ‘콘도르의 민족’(남미의 상징)이 현대 문명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볼리비아·에콰도르 같은 나라들은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했다.(…) 전 세계 원주민 공동체는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식을 필사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반면, 이른바 ‘독수리의 민족(미국을 비롯한 서구 문명의 상징)’은 자연을 파괴하는 법만 알고 있죠”라고 거들었다.



2017년 7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노엄 촘스키(오른쪽)의 강연을 호세 무히카가 경청하고 있다. 시대의창 제공

2017년 7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노엄 촘스키(오른쪽)의 강연을 호세 무히카가 경청하고 있다. 시대의창 제공


두 사람은 “잘 산 삶이란 어떤 삶일까”라는 사울의 질문에는 “자신이 좋아하고 열정을 느끼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삶”(무히카), “(자유인으로서) 자신의 통제하에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삶”(촘스키)이라고 답했다. 촘스키는 “사람들이 그런 경험을 박탈당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의 폭주, 끊이지 않는 전쟁, 기후변화 같은 재앙을 극복할 희망이 젊은이들에 달렸다는 것에도 촘스키와 무히카는 생각이 같았다.



“문제는 이미 ‘늙어버린 젊은이’가 있다는 것, 사회가 강요하는 소비주의 흐름에 완전히 흡수돼 아무 의심도 없이 따라가요.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사고를 훈련할 기회를 가진 청년들(…), 지적 호기심과 비판적 사고를 가진 이들이 유망하고 긍정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어요.”(무히카)



“우리 세대는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우리의 실패를 바로잡고 문명을 구할 책임을 떠넘겼어요. 염치없지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반응하고 있어요.(…) 우리 세대가 저지른 범죄를 젊은 세대가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촘스키)



길고 깊은 공식 대담을 마무리한 무히카의 발언을 사울은 책의 맨 마지막에 기록했다.



“진정한 승리는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사랑에 실패하고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 병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는 것, 일자리를 잃고도 다시 찾는 것, 친구에게 배신당하고도 새 친구를 사귀는 것, 절망에 지지 않고 절망을 이겨내는 것, 이 모든 것입니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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