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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98] 일그러진 지식인의 초상

조선일보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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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기세를 올리던 1942년 7월, 한 무리의 일본 지식인들이 ‘지적(知的) 협력 회의’라는 이름하에 한자리에 모였다. 학술 심포지엄 형식의 이 모임에는 철학, 문학, 역사, 물리학, 작곡, 영화 평론 등 각계 저명 지식인 십 수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논의 주제는 ‘근대의 초극(超克)’. 서양사학자 스즈키 시게타카는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개괄한다.

“근대란 유럽적인 것입니다. 이때의 유럽은 지리적 명칭을 뛰어넘는 보다 세계적인 의미의 것입니다. 그 출발점은 프랑스 혁명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사상적으로는 자유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로써 구축된 유럽의 세계 지배를 초극하기 위해 현재 대동아전쟁이 수행되고 있습니다. 근대의 초극이란 이런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포지엄 내내 유럽 중심의 세계 질서를 극복하기 위한 일본적인 것의 창조적 탐색, 새로운 질서를 위한 일본의 주도적 역할, 일본의 세계사적 책임 등등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된 발언이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이러한 인식은 일본적 특수성과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반자본주의, 반민주주의, 반법치주의, 인치주의 색채가 짙은 주장으로 이어졌고, 그러한 주장은 침략 전쟁 정당화로 귀결되는 기묘한 논리로 버무려졌다.

내로라하는 지식인들이 모여 발신한 ‘근대의 초극’ 담론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일본의 총력전 체제를 떠받치는 사상적·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패전 후 그 부(負)의 유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오류를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전쟁에서 진 것이지 논리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항변도 있었다. 레몽 아롱은 마르크시즘에 경도되어 이중 잣대를 일삼는 지식인들의 행태를 ‘지식인의 아편’으로 표현한 바 있다. 이념과 진영의 이익을 진실과 양심 앞에 두는 지식인의 아편은 권력자의 어리석음보다 결코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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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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