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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승련]“타코”에 격분한 트럼프

동아일보 김승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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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고약한 별명을 붙인 뒤 반복 사용하면서 정치적 상대방을 조롱하곤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슬리피 조(Sleepy Joe·졸린 바이든)’라 불렀고, 공화당 경선 상대자에겐 ‘낮은 스태미나(low stamina·활기가 없다)’라면서 손가락질했다. 최근엔 연준 의장을 향해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결정이 늦은 남자)’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런 트럼프에게도 달갑잖은 별칭이 생겼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그의 관세 정책을 금융시장이 ‘타코(TACO)’라고 부르고 있다.

▷타코는 ‘트럼프는 늘 꽁무니 뺀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문장의 머리글자를 딴 것인데, 영국 기자가 몇 번 썼더니 미 증권가 리포트에 등장했다. 급기야 28일 취재기자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월가에서 ‘타코 거래’라는 말을 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타코 거래란 트럼프의 변덕 정책에 익숙해진 금융시장이 이제 급등락하지 않게 된 현상을 가리킨다.

▷트럼프 2기 4개월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좌불안석이었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을 상대로 엄청난 고율 관세를 때린다고 발표했다가 곧바로 유예하는 일이 일상처럼 돼 버렸다. 미 워싱턴포스트가 세어 보니 관세 부과와 취소 또는 유예가 50번이 넘었다고 한다. 그때마다 주식, 채권, 외환시장은 폭락했다가 한발 뺀 뒤 비로소 회복했다. 그러다 보니 ‘양치기 소년’ 우화처럼 주식시장이 무덤덤해졌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주 유럽연합(EU)에 50% 관세를 매겼다가 이틀 만에 “1개월 반쯤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미 증시는 50% 관세라는 대형 악재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트럼프는 “(타코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며 “다시는 그런 식으로 묻지 말아라. 고약한(nasty) 질문이다”라고 반응했다. 표정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불쾌감을 대놓고 드러냈다. 트럼프는 “말도 안 되는 높은 숫자를 제시한 뒤 살짝 낮춰주는 걸 협상이라 부른다”는 말로 자신을 방어하려 했다. 자신의 책 제목처럼 ‘거래의 기술’로 포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타코식 오락가락 정책은 관세뿐만이 아니다.

▷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도 침략국 러시아의 편을 들면서 지구촌을 경악시켰는데, 최근엔 “푸틴은 완전히 미쳤다”며 돌아서는 듯하다. 집권 1기 땐 “하나의 중국 정책이 꼭 필요하냐”는 미중관계를 뒤흔드는 발언을 꺼냈다가 “존중하겠다”며 물러선 적도 있다. 트럼프를 겪어온 미국인들은 트럼프의 즉흥성이 문제의 중심이란 걸 간파하게 됐다. 또 그의 관세 정책이 생각만큼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트럼프가 신조어 ‘타코’에 언짢아 했지만, 진짜 그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자신과 자신의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일지 모른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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