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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센 놈은 싸하면 피한다…무도의 궁극은 ‘공존’[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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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천하무적
우치다 다쓰루 지음·박동섭 옮김
유유 | 330쪽 | 1만9000원

일반적인 무술이나 스포츠는 대개 겨루기를 목표로 한다. 나 이외의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그들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일본의 무도가이자 사상가인 ‘우치다 다쓰루’에게 승패와 강약을 가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무도가라면 꿈꾸는 ‘천하무적’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그에게 천하무적이란 적을 무력으로 누르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온화한 정신 상태를 말한다.

특히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는 것을 수련의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무도적 사고의 기본이다. 적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세상에 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 무도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무도는 타인과 공생하는 기술, 타인의 편에 서서 그의 입장과 동화하는 돌봄과 사랑의 기술이다.

저자는 진정한 무도가에 중요한 것은 공생을 중시하는 ‘무도적 사고’라고 주장한다. 진정한 무도가는 타인과 싸우려 하지 않고, 다가오는 마차를 피하고자 먼 길을 돌아간다. 쓸데없는 행동은 피하고 생존을 위한 선택지는 망설임 없이 잡는다. 무도가라면 ‘싸하다’ ‘피하고 싶다’는 ‘본능적’인 신호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이성적’인 생각은 넣어둬야 한다. 몸의 판단을 흐리는 오염된 머릿속의 가치들은 멀리해야 한다.

저자는 철학과 무도가 살아남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특히 무도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책상머리 공부만으로는 다질 수 없는 인생 기본기가 수련으로서의 무술에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무도적 사고를 한다면 한 치 앞을 모르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기술’을 가질 수 있고, 교육, 국가, 역사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도저히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은 문제도 무도적 사고로 대처하면 일면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공정, 평등, 합리와 같은 가치가 오염되고 무엇이 합리인지 고민하는 것도 무의미해진 시대에 ‘생존’이라는 기본으로 회귀하자는 저자의 생각이 꽤나 유쾌하게 들린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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