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시내 주요 환승역에 동상
1966년 사라진 조각상 복원 나서
'나치에 승리' 부각하려 '대숙청' 외면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 역에 소련 시대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귀환했다. 59년 전 개인숭배 철폐 흐름과 함께 사라졌던 그의 동상이 새롭게 세워진 것이다. 이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역사 수정주의'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5일 모스크바 시내 타간스카야역에서 스탈린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이번에 제작한 동상은 1966년 역사 재건축 당시 철거된 동상을 복원한 것으로, 스탈린을 중심으로 꽃을 든 남녀가 환호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1950년 첫 건립 당시 동상은 '지도자이자 사령관에 대한 인민의 감사'라는 이름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승리를 이끈 스탈린'에게 헌정됐다.
스탈린은 러시아 내에서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는 인물이다. 그는 1936년부터 1938년까지 '대숙청'을 통해 정치인과 군인, 지주 등 70만 명 이상을 처형했다. 고려인과 크림 타타르족 등 소수민족의 추방을 주도하기도 했다. 반면 1941년부터 1945년까지 벌어진 독소전쟁을 러시아의 승리로 이끌었다. 지난 9일 러시아는 '대조국전쟁'(러시아에서 독소전을 일컫는 말) 승전 80주년을 열병식과 함께 성대하게 기념했다.
1966년 사라진 조각상 복원 나서
'나치에 승리' 부각하려 '대숙청' 외면
한 시민이 15일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 타간스카야 역에 설치된 소련 시대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 역에 소련 시대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귀환했다. 59년 전 개인숭배 철폐 흐름과 함께 사라졌던 그의 동상이 새롭게 세워진 것이다. 이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역사 수정주의'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0년 만에 돌아온 스탈린 동상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5일 모스크바 시내 타간스카야역에서 스탈린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이번에 제작한 동상은 1966년 역사 재건축 당시 철거된 동상을 복원한 것으로, 스탈린을 중심으로 꽃을 든 남녀가 환호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1950년 첫 건립 당시 동상은 '지도자이자 사령관에 대한 인민의 감사'라는 이름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승리를 이끈 스탈린'에게 헌정됐다.
스탈린은 러시아 내에서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는 인물이다. 그는 1936년부터 1938년까지 '대숙청'을 통해 정치인과 군인, 지주 등 70만 명 이상을 처형했다. 고려인과 크림 타타르족 등 소수민족의 추방을 주도하기도 했다. 반면 1941년부터 1945년까지 벌어진 독소전쟁을 러시아의 승리로 이끌었다. 지난 9일 러시아는 '대조국전쟁'(러시아에서 독소전을 일컫는 말) 승전 80주년을 열병식과 함께 성대하게 기념했다.
동상을 본 모스크바 시민들의 반응도 크게 엇갈렸다. 릴리야 메드베데바(75)는 NYT에 "우리는 스탈린 덕분에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우리의 지도자가 돌아온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한 반면, 한 시민은 스탈린이 "피비린내 나는 폭군"이라고 비판했다.
이면에는 '전쟁 의식 고취'
러시아 당국이 스탈린 동상을 뒤늦게 복원한 이유를 두고 시민들의 전쟁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네오 나치와의 싸움'으로 선전하고 있는데, 1945년 나치 독일과의 전쟁에서 이긴 스탈린을 '승리의 아이콘'으로 부각시켜 러시아 시민들의 전쟁 지지를 끌어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스탈린 재평가에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풀이된다. 2017년 푸틴 대통령은 스탈린 집권기를 "전체 사회 집단과 민족 전체가 잔인한 박해를 받았던 시기"라며 "끔찍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2022년 전쟁 확전 후 스탈린의 '전쟁 승리'를 부각하고 나섰다. 러시아 내 대숙청을 비판하는 전시관은 문을 닫았고, 지난 4월에는 러시아 남부 볼고그라드 공항 이름을 소련 시절처럼 '스탈린그라드 국제공항'으로 바꾸기도 했다.
푸틴 집권기 러시아가 스탈린 집권기 같은 억압적 통치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러시아의 야당 야블로코의 정치인 레프 슐로스버그는 NYT에 "국가폭력을 정당화하며 '재스탈린화'를 시도하는 것은 역사와 국가에 대한 위협"이라 지적하며 "조만간 억압이 정부를 집어삼키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