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 넘어 무효” 중지 명령
행정부 항소… 무역 협상 강행할 듯
자동차 등 품목 관세엔 적용 안돼
‘국가 비상’을 명분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행 중인 광범위한 관세 부과에 미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당장 상호관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자동차 등 품목 관세에는 이 판결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 전 세계와 투자자를 떨게 만들던 트럼프발 관세 폭격의 위력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합성 마약 펜타닐 대응과 무역 적자 해소를 이유로 행정명령을 통해 도입한 관세들을 막아 달라며 3개 기업과 12개 주(州)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소송 두 건에 대해 원고인단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미국 헌법은 다른 국가와의 통상 규제에 관한 배타적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 위임의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관세를 무제한으로 부과할 권한까지 대통령에게 위임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이의가 제기된 관세들은 무효”라고 밝혔다.
행정부 항소… 무역 협상 강행할 듯
자동차 등 품목 관세엔 적용 안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제목의 행사를 열고 차트를 동원해 무역 상대국들에 부과한 개별 상호관세를 소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가 비상’을 명분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행 중인 광범위한 관세 부과에 미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당장 상호관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자동차 등 품목 관세에는 이 판결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 전 세계와 투자자를 떨게 만들던 트럼프발 관세 폭격의 위력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관세 부과는 의회 권한”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합성 마약 펜타닐 대응과 무역 적자 해소를 이유로 행정명령을 통해 도입한 관세들을 막아 달라며 3개 기업과 12개 주(州)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소송 두 건에 대해 원고인단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미국 헌법은 다른 국가와의 통상 규제에 관한 배타적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 위임의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관세를 무제한으로 부과할 권한까지 대통령에게 위임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이의가 제기된 관세들은 무효”라고 밝혔다.
더불어 재판부는 해당 관세 시행을 중지하고 지금까지 징수한 관세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법원 결정의 효력이 원고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미친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재판부가 10일 이내에 법원 결정을 반영한 새 행정명령을 발표하라는 지시도 함께했다고 전했다.
“무역 적자, 비상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캐나다·중국을 상대로 펜타닐과 이주민의 미국 유입 차단에 협조하라며 2월 4일부터 10~25% 관세를 부과했다. 일명 ‘해방의 날’로 선포한 4월 2일에는 대부분 무역 상대국의 대미 수출품에 10%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을 포함한 57개 경제 주체(56개국과 유럽연합)에는 개별 상호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지속되는 무역 적자가 미국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을 가하는 국가 비상 사태를 조성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상호관세는 7월 9일까지 유예됐지만 기본관세는 4월 5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권한 없이 관세를 부과했다는 게 원고들 주장이다. 적국과 테러 집단을 겨냥해 1977년 제정한 해당 법을 포괄적인 관세 부과의 근거로 활용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법원은 펜타닐 유입 및 무역 적자가 국가 비상 사태가 아니라고 봤으며, 그런 만큼 관세 부과는 여전히 의회의 권한이라고 법원은 결론 내렸다.
이날 결정은 IEEPA를 근거로 한 펜타닐 대응 관련 관세, 기본·상호관세 및 뒤이은 보복관세 등에만 적용된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철강 및 알루미늄에 부과된 25% 품목 관세의 경우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삼았으므로 영향받지 않는다.
법정 싸움 전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제닌 피로 워싱턴DC 임시 연방 검사장 취임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이번 재판은 1심이다. 연방국제통상법원은 관세와 통상 분쟁 관련 민사 사건을 맡는 전문법원으로 관할권이 미국 전역이다. 이번 사건 재판부 3명은 로널드 레이건 및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지명한 판사로 구성됐다.
1심 법원 결정 직후 트럼프 행정부 측 변호인은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심 재판은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이뤄진다. 항소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려도 양쪽 모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결국 최종 판단은 연방대법원에서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판결은 예단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현재 6 대 3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된 상태다. 친(親)트럼프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러나 팀 메이어 미국 듀크대 로스쿨 교수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헌법은 의회에만 관세 부과 및 대외 통상 규제 권한을 줬다”고 말했다. 법리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불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관세 인하’ 유인 잃은 협상
법원 판결에도 당장 상호관세 징수가 중단될지는 불확실하다. 항소 의사를 밝힌 트럼프 행정부가 1심 결정을 순순히 따를지부터 의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적법 절차 없이 외국인을 추방하지 말라는 법원 명령을 무시한 선례가 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선출직이 아닌 판사들에게는 국가 비상 사태에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위기 극복을 위해 행정권의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부비서실장은 “통제 불능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행정부가 1심 결정 발효를 멈춰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에 나설 수도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관세 징수가 언제 어떻게 중단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교역국과 벌이고 있는 무역 협상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원 명령이 상호관세 발표 뒤 미 정부가 진행 중이던 10여 개국과의 협상에 큰 타격을 입혔다. 영국·중국과 도출한 최근 합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는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날 판결에 대해 언급하며 “중국은 미국이 국제 사회와 국내 당사자들의 합리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협상을 강행할 공산이 크다. 일본계 은행 SMBC의 수석 전략가 스즈키 히로후미는 로이터에 “법원 결정이 미국 국내 문제여서 관세 협상까지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301조 등 다른 관련 법령을 활용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상대국 입장에서는 일단 상호관세 인하가 협상의 유인이었던 만큼 협상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 국가가 대법원 판결 때까지 협상 타결을 미루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