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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면’ 이어 이번엔 ‘치악산면’ 논란···마을 명칭변경 문제로 원주와 횡성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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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소초면 “마을 이름을 치악산면으로” 추진
횡성 강림면 “누구 마음대로” 발끈
유명 산 등 고유지명 독점사용 사실상 어려워
지난 25일 오전 강원 횡성군 강림면의 한 주민이 강림천 변에 설치된 현수막을 살펴보고 있다. 현수막엔 ‘원주만의 치악산이 아니다! 횡성도 존중하라’라는 글이 적혀있다. 최승현 기자

지난 25일 오전 강원 횡성군 강림면의 한 주민이 강림천 변에 설치된 현수막을 살펴보고 있다. 현수막엔 ‘원주만의 치악산이 아니다! 횡성도 존중하라’라는 글이 적혀있다. 최승현 기자


“치악산은 횡성과 원주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소중한 자연유산입니다. 그런데 한곳에서 일방적으로 행정구역 명칭을 ‘치악산면’으로 바꾸겠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25일 오전 강원 횡성군 강림면 행정복지센터 앞. 이곳에서 만난 한 60대 주민은 강림천 변에 내걸린 현수막을 가리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수막엔 ‘원주만의 치악산이 아니다! 횡성도 존중하라’, ‘횡성 무시하는 원주시, 치악산 상생은 어디로?’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그는 “오죽하면 강림면 주민 수백 명이 바쁜 농번기임에도 불구하고 한자리에 모여 규탄대회를 열고, 20여 곳에 현수막까지 설치했겠냐”며 “행정구역 명칭 변경을 빌미로 치악산 브랜드를 독점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만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적하던 횡성지역의 농촌 마을이 이처럼 들끓기 시작한 것은 최근 원주시 소초면 주민들이 행정구역 명칭을 ‘치악산면’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소초면 주민들은 지난 2월 열린 원강수 원주시장과의 간담회에서 행정구역 명칭 변경을 건의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 원주시에 찬반 서명부도 제출했다. 소초면 4452세대 가운데 53%가 행정구역 명칭 변경에 대한 찬반 견해 표명에 참여했고, 80%가량이 ‘찬성한다’라고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주민들은 “행정구역 명칭을 치악산면으로 변경하면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역의 명소나 유명인의 이름을 행정구역 명칭으로 사용한 효과는 영월의 사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라고 했다.


영월군은 2009년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 묘와 생가가 있는 하동면을 ‘김삿갓면’으로 행정구역 명칭을 변경했다. 2016년에는 무릉리와 도원리가 있는 수주면의 명칭을 ‘무릉도원면’으로 바꿨다. 하동면 명칭을 김삿갓면으로 변경한 이후 관광객이 종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고, 무릉도원면엔 귀농·귀촌이 이어지면서 영월지역 9개 읍·면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기도 했다.

29일 국토정보지리원에 따르면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인 해발 1288m의 치악산은 원주시와 횡성군, 영월군 3개 시·군에 걸쳐 있다.

강림면 주민들은 “원주시 소초면은 경계 일부만 치악산에 포함된 반면 횡성 강림면의 경우 9개 리(里) 전부가 치악산에 걸쳐 있고 면적 50% 이상이 치악산에 포함돼 있다”며 “소초면이 치악산면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주장한다. 김명기 횡성군수도 “지역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으로 신중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라는 입장이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입장문을 통해 “소초면의 행정구역 명칭 변경에 대해 주민뿐 아니라 원주시의회에서도 의견을 모아주신 만큼 행정적인 절차를 살펴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소초면의 명칭을 치악산면으로 변경하는 문제는 절차적으로도 간단찮다. 여러 자치단체가 함께 공유하고 있거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는 산이나 명소에 대해서는 저마다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어 사실상 독점적으로 그 명칭을 사용하기 힘들다.

경북 영주시는 2012년 3월 조례 개정을 통해 단산면의 행정구역 명칭을 ‘소백산면’으로 변경하려 했으나 충북 단양군에서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면서 끝내 무산됐다. 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소백산과 같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고유지명을 특정 자치단체가 독점 사용할 수 없다”라는 결정을 내렸다.


영주시가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손을 들어줬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도 이름을 ‘지리산면’으로 변경하려다 유사한 이유로 무산됐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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