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부모 간병은 외면하더니…형제들 "15억 개발보상금 똑같이 나눠"

부모님을 돌보며 병원비를 부담하고 땅 구매 자금까지 보탠 막내딸이 도시개발 보상금 때문에 형제들과 갈등을 겪은 사연이 전해졌다./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부모님을 돌보며 병원비를 부담하고 땅 구매 자금까지 보탠 막내딸이 도시개발 보상금 때문에 형제들과 갈등을 겪은 사연이 전해졌다.

2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3남매 중 막내딸 A씨의 고민이 소개됐다.

A씨 오빠와 언니는 일찍 결혼해 독립한 반면 A씨는 결혼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은퇴하자마자 고향 땅을 알아봤고, A씨는 부모님 노후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모아둔 돈을 땅 구매 자금에 보탰다. 덕분에 부모님은 공동명의로 땅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암 진단을 받은 아버지는 2년간 투병하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후 어머니도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A씨는 병원비와 간병비를 부담해야 했다. 오빠와 언니는 형편이 어려워 차마 손을 벌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머니가 치매 진단까지 받자 감당하는 게 버거워진 A씨는 처음으로 오빠와 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우리도 사정이 어렵다"는 말뿐이었다. 결국 A씨는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고 혼자 병원비를 냈다.

1년이 흐른 뒤 어머니도 세상을 떠났다. 이후 부모님 공동명의로 돼 있던 고향 땅이 도시개발로 수용되면서 보상금이 15억원 넘게 나왔고, 소식을 들은 오빠와 언니는 연락해 "법대로 3남매가 3분의 1씩 나눠 갖자"고 제안했다.

A씨는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 곁을 지킨 건 오직 저였다"며 "오빠는 장남이라는 이유로 생전에 아버지 땅을 미리 증여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상금을 똑같이 나눠 갖자니 너무 억울하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조언을 구했다.

조윤용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A씨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오랜 기간 혼자 돌보며 간병비와 부양료를 부담하고, 땅 매수 자금의 일부를 부담해 상속재산 유지와 증가에 금전적으로 기여했다"며 "민법상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A씨 오빠가 아버지 생전에 물려받은 땅에 대해서는 "민법에서는 상속재산 중 일부를 미리 받은 것으로 본다. 이를 '특별수익'이라고 한다"며 "오빠가 받은 땅을 상속분 계산에서 빼고 나머지 재산에서 상속분이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아있는 상속재산은 부모님 공동명의의 고향 땅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지분을 절반씩 나눠 다뤄야 한다"며 "A씨가 어머니를 특별부양한 것은 어머니 재산에 대한 기여분, 오빠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땅은 아버지 재산에 대한 특별수익이므로 구체적 상속분을 계산하려면 아버지와 어머니 지분을 합쳐서 처리할 수 없다. 각 지분을 엄밀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각 기여분과 증여 내역, 사망 순서까지 반영해 구체적인 상속분을 따져야 한다"며 "단순히 땅 하나를 삼등분해서 나누는 게 아니라 부모님 각각의 몫을 따로 보고, 그 안에서 형제들 사정과 기여를 반영해 공평하게 분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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