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이적은 꿈도 꾸지 마라, 무관 극복 스토리+상업 능력이 토트넘을 뒤덮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런던(영국), 이성필 기자] 선수단 대부분이 자국으로 돌아갔지만,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우승의 여운은 여전히 남아 있는 토트넘 홋스퍼다.

토트넘은 지난 22일 오전(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린 2024-25 유럽축구연맹 UEL 결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브레넌 존슨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하며 2007-08 리그컵(카라바오컵) 이후 17년 만에 우승했다. UEL은 통산 3회 우승이다.

우승은 토트넘에 많은 변화와 가능성을 안겨다 줬다. 당장 이적설이 돌던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붙드는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로메로는 레알 마드리드가 상당한 관심을 보였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거의 입단에 근접했다는 이야이가 나왔다.

하지만, 우승 후 토트넘에 대한 충성심과 함께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UCL)에 나서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충만함이 동시에 뿜어져 나왔다. 물론 전형적인 언론 플레이로 비칠 가능성도 있지만, 부상을 참고 결승전에 나와 미키 판 더 펜과 철벽을 구축하며 수비 일변도의 축구에 힘을 보내 우승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던 제임스 매디슨도 잔류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거취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매디슨의 이적은 없어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손흥민을 향해 '정상에 섰으니 헤어지자'라는 류의 팬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온라인상의 댓글이나 손흥민이 필요 없다는 글이 종종 있지만, 피부로 직접 체감하는 것은 180도 달랐다.

시즌 최종전이 끝나고 사흘이 더 지난 28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의 구단 용품점에는 여전히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틀 전 보도대로 손흥민 등번호 프린팅 재료가 없어 아예 찍혀져 나온 유니폼 외에는 새기기 어렵다. UEL 우승 기념 표식(=패치=)은 언제 공수가 될 지 그 누구도 여전히 모른다.

용품점의 영국인 직원은 "한국에서 왔는가"라며 손흥민이 아니었다면 "일본에서 왔는가, 중국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확실하게 바꿔줬다. 이어 "숫자를 알려줄 수 없지만, 쏘니(=손흥민 애칭)의 용품점 매출 비중을 100%로 본다면 거의 60%라 보면 된다. 한국인들에게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경기장 인근 슈퍼마켓이나 상점에도 손흥민의 얼굴은 쉽게 볼 수 있다. 선수단을 바라 보고 우승컵을 드는, 태극기를 두른 손흥민의 뒷모습을 찍어 붙여 놓은 상점도 보였다.

자부심을 가진 팬들이 상당히 많았다. 자신을 튀르키예에서 이민을 온 튀르키예계 영국인 토트넘 팬이라고 한 하카누 레이스 씨는 "과거의 토트넘은 영국 사람들이 끌어가던 구단이었다. 이제는 손흥민 등 다인종이 토트넘을 만들고 있다. 그런 부분이 자랑스럽다. 언젠가 튀르키예 출신 선수가 토트넘에서 뛰었으면 좋겠다"라며 손흥민이 주장 역할을 잘했으니 UEL 우승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트넘은 미국 유력 경제 잡지 '포브스' 선정 세계 구단 가치 9위에 올라 있다. 구단의 성장에 손흥민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상당한 일익을 담당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UEL 우승과 함께 가장 부각됐던 것은 손흥민의 무관에서 유관으로 오기까지의 스토리였다. 팔목이 부러지는 부상 속에서도 극장골을 넣거나 안면이 골절되는 상황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뛴 투혼, 가레스 베일이나 해리 케인 등 과거 팀을 대표하던 선수들이 우승을 찾아 떠난 것과 달리 거의 프랜차이즈급 스타로 끝까지 자리 잡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것은 모두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우승 버스 행진에서 손흥민은 대다수 팬의 1순위 연호 대상이었다. 토트넘에서 가장 인간 승리의 표본이 된 손흥민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상업적 잠재 가치까지 생각하면 손흥민을 이적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올 시즌 리그 17위로 인해 다음 시즌 베테랑이 리그의 부진을 만회해야 하고 손흥민이 중심에서 끌고 가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손흥민은 귀국 후 휴식을 취한 뒤 내달 2일 소집되는 축구대표팀에 합류해 6일 이라크 바스라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9차전을 원정으로 치른 뒤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전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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