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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무술인, 교수는 생계 수단… “그저 어제의 나보다 나아갈 뿐”

조선일보 남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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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지식인 우치다 다쓰루 교수
합기도 50년 수련·철학 40년 연구
공부·무도 오가며 쓴 책 국내 발간
“일을 하는 이유? 계속하는 것 뿐”
28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우치다 다쓰루 교수가 자신의 ‘무도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IVE CORP

28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우치다 다쓰루 교수가 자신의 ‘무도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IVE CORP


이 사람의 본업은 무술을 하는 무도가(武道家), 교수는 생계 수단이다. 일본 대표 지식인 우치다 다쓰루(75)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이야기다.

그는 2005년 젊은이들이 일에서 도피하는 현상을 분석해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준 책 ‘하류 지향’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0권이 넘는 책을 써 왔다. 국내에도 50여 권이 번역돼 소개됐다. 최근 자신의 ‘무도론’을 집대성한 책 ‘목표는 천하무적’(유유), ‘용기론’(RHK)을 잇달아 낸 그가 한국을 찾았다.

28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강연장에서 그는 “이번이 14번째 방한”이라고 했다. “한국의 독자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아마도 아직 한국에는 없는 무언가, 그렇지만 자기도 인식 못하는 사이 결핍을 느끼는, ‘무도에 대한 정신’이 아닐까 한다.”

그는 1975년 일본의 합기도 대가인 다다 히로시(96) 선생에게서 처음 합기도를 배운 후, 여전히 수련하고 있다. 2011년 고베여학원대학을 퇴직한 후에는 아예 자신만의 합기도장인 ‘개풍관’을 열었다.

그는 “합기도를 통해 ‘무도적 정신’을 배웠다”고 했다. “무도에는 이기고 지는 것이 없다. 그저 ‘어제의 나보다 나아갈 뿐’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남과 경쟁하고 우열을 매긴다. 처음 합기도를 배울 때 다다 선생이 그러시더라. ‘우치다군, 다른 사람을 비판하지 마라. 그래 봤자 네 실력은 안 늘어난다.’”

자신의 삶에도 이 ‘무도적 사고’를 적용해 왔다. 그는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를 스승 삼아 40년 넘게 프랑스 철학을 연구했다. “나는 나를 레비나스 ‘연구자’가 아닌 ‘제자’라고 늘 말한다. 동양에서 제자는 그저 스승의 뒤를 따라 걸을 뿐이다. 연구자는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제자는 모르는 부분이 나왔을 때 기뻐한다. ‘스승의 세계는 여전히 깊구나. 계속 정진해야겠구나’ 하고 말이다.”


평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일본은 피해자가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전쟁 범죄를 사죄해야 한다”고 밝혀 온 그는 이번 책 ‘목표는 천하무적’에서도 비슷한 견해를 밝힌다. ‘일본은 언제까지 한국에 사죄하면 좋을까요?’란 독자 질문에 “간단합니다. 상대방이 ‘사과를 받았다’고 제대로 느낄 때까지요”라고 답한다.

올해는 그가 합기도를 시작한 지 50주년 되는 해다. 그는 책에 “계속하는 힘은 하다 보면 생긴다”고 했다. “처음 합기도를 시작할 때 스승님이 이유를 묻기에 ‘싸움을 잘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런 저급한 이유는 안 된다’고 하지 않고, ‘그런 이유로 해도 괜찮다’고 하시더라. 무슨 일을 시작할 때 그걸 거창하게 자신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잘 없다. 초심자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일을 계속하는 진짜 연유를 알아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계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합기도 선생님도 그도, 여전히 현역이다.

[남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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