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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신규진]핵 쏘고도 살아남은 북한… ‘北中위협’ 시나리오의 경고

동아일보 신규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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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진 정치부 기자

신규진 정치부 기자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 생존할 수 있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보여줬다.”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12일(현지 시간) 공개한 ‘가디언 타이거’ 도상훈련(TTX·Table-Top Exercise) 보고서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 훈련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한반도로 확전되고 북한은 우리 공군기지에 전술핵 공격을 감행한다. 북한의 핵 사용 책임을 묻기 위해 전술핵을 개성 인근에 투하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 여기서 미국 팀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미국의 핵 보복으로 전술핵 교전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한반도 전장에 미국의 전력이 집중 투입된 틈을 타 중국이 미중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대만 전선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대만이 함락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두 개의 전장에 대한 부담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 보복을 주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펜타곤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관계자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 훈련이 미 행정부 안팎에서 회자된 건 미 행정부와 싱크탱크가 협업한 도상훈련이라는 의미 말고도 대만과 한반도 두 개의 전선에 대한 미국의 시각과 현실적인 우려,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훈련은 최근 몇 년간 한미 정부의 대북 경고 성명(statement)에 빠짐없이 등장했던 “핵 사용 시 김정은 정권 종말” 문구가 허언이 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여줬다. 상수가 된 중국 변수가 철통같을 줄만 알았던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핵우산) 실행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뿐만 아니라 대만 봉쇄·격리 등 여러 시나리오가 언급되는 현시점에서 명확한 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역내 안보 정책이 중국 견제에 집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이 관점에서 보면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미 정부가 모두 부인했지만 최근 논란이 된 주한미군 철수 및 역내 재배치 규모(4500명)가 9개월마다 순환 배치되는 병력 규모와 비슷한 건 우연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 변화, 주둔비용 재평가 요구가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청구서’가 언제, 어떻게 날아들지에 대해선 많은 당국자들이 걱정하는 데 반해 정작 중국 변수에도 미 핵우산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금 확대 요구로 이어질지,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 고차 방정식을 풀어가야 할 새 정부는 핵우산 강화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견제에 집중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구상과 이로 인한 변화를 피할 수 없다면 지금보다 더 확실하게 핵우산을 보장받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 핵우산 작동 과정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현 한미 핵협의그룹(NCG) 체제에 안주하기엔 중국과 북한의 동시 위협은 이미 기존 핵우산 체제를 뒤흔들 새로운 안보 위협이 됐다. “미래에는 전통적인 억제 모델이 무너질 수 있다”는 보고서의 경고처럼 말이다.

신규진 정치부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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